GDP 규모로 불어난 가계 빚…전세·자영업자 대출 ‘뇌관’ 될라

GDP 규모로 불어난 가계 빚…전세·자영업자 대출 ‘뇌관’ 될라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3-17 10:36
수정 2019-03-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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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도 가계부채 우려…금리 인하 시기상조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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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시내 한 제2금융권 업체 앞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15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과 제2금융권 중심으로 부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금리 인상 우려까지 커지면서 이 계층들에 대한 정책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7일 서울 시내 한 제2금융권 업체 앞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15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과 제2금융권 중심으로 부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금리 인상 우려까지 커지면서 이 계층들에 대한 정책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가계부채가 폭증하던 시기는 지났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가계부채 덩치는 경제 규모와 거의 비슷해질 정도로 부풀어 올라 경제 활력에 위협이 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기류가 심상치 않아 전세자금·개인사업자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6.9%에 달했다. 전분기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경제 성장 속도보다 빨랐던 탓이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다른 국가와 견줘도 높은 편이다.

기준이 소폭 다르긴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6년 말 30개국 중 7위였다.

가계부채 증가로 가계가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나면 소비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부채 때문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 감소, 성장세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최근 국내 현상은 후자에 가깝다는 평가다.

특정 기간에 갚아야 할 원리금이 가처분 소득과 견줘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꾸준히 상승해 작년 3분기 12.5%로 역대 최고였다.

반대로 가계가 세금, 사회보험료 등을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에서 실제 소비에 쓴 돈을 의미하는 평균 소비성향은 매년 하락세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로 보면 2016년 71.1%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세자금 대출도 가계부채가 안고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작년 12월부터 하락세를 이어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전월 대비 0.7%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방 상황은 더 나빠 2017년 5월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집값이 전셋값보다 낮은 ‘깡통 전세’마저 출현하고 있다.

전셋값이 하락하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전세 보증금을 마련한 세입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금융기관의 부담이 커진다. 전세자금 대출이 위험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전세대출이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점도 우려를 모으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전세대출은 90조원으로 추정된다. 5대 시중은행 기준으로는 63조원이었다. 2016년 말(33조원)과 견줘 2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9·13 대책 영향으로 주택 매매는 둔화하고 있으나 주택시장이 호황이었던 2∼3년 전 분양받은 물량이 대거 입주를 앞두고 있어 올해에도 전세대출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대출과 함께 잠재리스크가 도사리는 부문은 개인사업자 대출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부채, 기업부채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상대적으로 규제가 헐거웠다. 최근에는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 시장 영향을 크게 받는 부동산 임대업 위주로 최근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해 3분기 말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1년 전보다 각각 38.0%, 37.6% 급증했다. 은행권에서도 9.6%나 불었다.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부동산·임대업 비중은 2015년 말 33%에서 지난해 9월 말 40%로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 한국 미션단도 최근 가계부채에 우려를 표명했다.

미션단은 “한국의 거시건전성 조치들이 굉장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고 고용 창출은 부진하며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우려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시기상조라고 일축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가계부채 우려를 고려하면 현재 1.75%인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금융당국도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올해 5%대를 넘지 않도록 하고 2021년까지 연평균 증가율 목표도 명목 경제성장률 수준인 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인사업자 대출의 업종 쏠림을 막기 위한 대책을 2분기 중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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