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눈치 보여…한국인 69% “휴가 사용에 죄책감”기업 인식전환 필요…“노는 게 아니라 재충전, 삶의 질 문제”
새 정부 들어 근로자에게 휴가비를 지원하는 ‘한국형 체크바캉스’의 시행이 검토되는 등 근로자들의 휴가를 늘리기 위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그러나 여전히 근로자들의 휴가 시간은 부족해 일과 삶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10명 중 7명 가까이가 휴가 사용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경직된 휴가 문화를 갖고 있어 휴가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인 유급휴가 8일…세계 평균 20일의 절반도 안 돼”
2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2015년 기준으로 연간 2천113시간 일을 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노동시간인 1천766시간보다 347시간 더 많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1년 동안 80% 이상 출근하면 15일의 유급휴가를 준다. 80% 미만 출근한 근로자도 1개월에 1일씩 유급휴가를 받는다.
그러나 15일을 다 쓰는 근로자는 많지 않다.
고용노동부의 2014년 ‘기업체노동비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에게는 1년에 평균 14.2일의 휴가가 주어지지만 그 중 8.6일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나 직장 상사 눈치가 보이고 일도 많기 때문이다.
전체 직장인 수 1천928만 명의 미사용 휴가 일수 5.6일을 합하면 총 1억일에 해당하는 휴가가 증발한 것이다.
지난해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전 세계 28개국의 유급휴가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한국인의 유급휴가 일수는 8일로, 전 세계 유급휴가 사용일 수 평균인 20일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조사대상 국가 중 휴가 사용일 10일 미만을 기록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익스피디아의 조사 결과 한국인들은 휴가를 쓰지 못하는 이유(중복응답)로 ‘빡빡한 업무 일정과 대체 인력이 부족해서’를 1위로 꼽았다.
아울러 한국인 중 휴가 중 매일 1회 이상 업무를 확인한다는 사람은 88%로 나타나 전 세계 평균인 64%보다 높았다.
휴가 사용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69%였으며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휴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일을 할 때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52%였다.
◇ 롯데홈쇼핑, 연차사용 우수부서 회식비…“생산성 좋아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근로자들이 휴가를 더 많이 쓰기 위해서는 휴가를 ‘노는 것’에서 ‘재충전’으로 인식하는 등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일 중심 사회로, 기업들도 휴가에 인색하다”며 “기업이 근로자가 휴가를 많이 쓸 수 있게 내부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국내로 휴가를 가는 장점에 대해서도 한국이 ‘내수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근로자 개인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가를 가면 근로자의 삶의 질이 높아져 기업의 생산성이 제고되고 따라서 국가 전체적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이 홍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휴가는 기업이 주는 것인데 휴가를 쓸 때 상사 눈치를 보는 등 기업의 휴가 문화가 경직돼 있다”며 “전체적으로 기업의 휴가 문화가 선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내 휴가 문화 개선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롯데홈쇼핑은 연차 휴가를 사용하는 직원들에게 혜택을 준다. 연차사용 우수부서에는 회식비를 지원해주고 연차를 일정비율 이상으로 사용하거나 2일 연속으로 연차 휴가를 쓰면 회사 쇼핑몰 적립금을 지급한다.
휴가 쓸 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도록 연차 사유 기입란을 없애고 따로 이유를 묻지도 않는다.
아울러 올해부터 정기 휴가와 별도로 한 번 더 5일 동안의 휴가를 떠날 수 있는 ‘리프레시 휴가’를 마련하고 휴일이나 주말이 앞뒤로 겹쳐 있는 날은 ‘연차내기 좋은 날’로 지정했다.
김재겸 롯데홈쇼핑 경영지원부문장은 “직원들의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조직문화가 한층 밝아지고 회사의 생산성도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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