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재검토 전망…직무급제 추진할 듯
금융팀 = 지난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금융권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새 정부 들어 동력을 상실하는 모습이다.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성과연봉제에 대해 “폐지 후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힌 데다 지난 18일 법원이 근로자의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시행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난해 강행 도입된 성과연봉제를 모두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는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금융권 성과연봉제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간부급 직원에게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비간부직 일반 직원으로 확대하고, 기존에도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던 곳들은 성과급 격차를 더 벌리는 내용이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양보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벌이며 저항했지만 정부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상충하지 않는다며 각 기관에 이사회 의결을 통해 도입할 것을 압박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금융공공기관은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돼 성과연봉제 동력이 사라졌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대통령이 성과연봉제 폐지를 약속한 데다 법원에서도 노조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현재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의 노조들은 대부분 법원에 효력정지 소송을 낸 상태다.
한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이라며 기관장들을 강하게 압박해 성과연봉제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며 “문재인 대통령 공약처럼 정부에서 성과연봉제 폐지로 정책 방향이 정해지면 공공기관들도 이에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성과연봉제 확대를 결정한 예금보험공사나 주택금융공사에서도 이를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보는 지난해 4월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예보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조합원 총투표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부결됐는데도 전임 노조위원장이 이를 뒤집고 사측과 성과연봉제 확대에 독단적으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또 주택금융공사 노조도 “성과연봉제를 지난 7월 노사합의 이전으로 원상복구 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금과 같은 단순한 호봉제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터넷신문협회가 주관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노동자 측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박근혜식 성과 연봉제에 반대한다”면서도 “단순히 연공 서열대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는 맞지 않다. 앞으로 새로운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무 성격이나 난이도, 직무 책임성 등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방식의 새로운 임금 체계가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에서도 지난해 추진했던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은행권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우리·신한·KB국민·농협·KEB하나·SC제일·씨티 등 7개 시중은행은 지난해 12월 각각 긴급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입 시기 등 구체적인 사안은 노조와 협의하기로 했다.
노조의 반대가 계속되고 정부의 정책 방향도 달라지면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노조 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은행의 리스크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성과주의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성과주의는 은행들은 자산 확대 전략을 펴고, 은행직원들이 리스크를 무시한 상품 판매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이미 대부분 성과급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등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정권이 바뀐 만큼 경영진도 지난해처럼 노조 의견을 무시하면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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