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스스로 멈췄다”·“차에서 새소리가 난다”며 보상 요구
강종훈 기자= 승용차가 포도밭으로 추락했다. 소비자는 주행 중 시동이 꺼졌고,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포도밭으로 굴러떨어졌다면서 차량 교환을 요구했다. 현장 조사결과, 소비자는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해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김종훈 전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국장은 악성 소비자 사례를 담은 ‘블랙 컨슈머 리포트’(도서출판 청어)라는 책을 내놨다.
이 책에 따르면 악성 소비자들이 거짓으로 사고경위를 설명하면서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는 다양하다.
대학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소비자는 크롬으로 도금된 이너핸들(도어손잡이)의 도금이 벗겨지면서 자녀의 손가락이 베였다면서 자동차 회사에 2천만원을 요구했다. 치료비 500만원, 후유 장애 보상금 500만원, 연구활동을 못 하는데 따른 손실액 1천만원 등이 요구금액의 근거였다.
이 소비자는 언론이나 소비자단체에 제보하면 자동차 회사의 피해가 더욱 클 것이라면서 소송까지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동차 회사는 결국 3개월 동안 1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상담한 끝에 300만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종료했다.
한 소비자는 자동차의 크롬 휠의 설계 잘못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언론에 제보하겠다면서 5억원의 돈을 요구했다.
조사결과, 햇볕이 가장 강렬한 오후 2시에 10㎝ 가량의 높이에서 크롬휠 앞 30㎝에 인화물질이 있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이 악성소비자는 전 세계에 이런 내용을 퍼트리면 국익 손상은 물론, 자동차 회사도 엄청난 손실을 입는 만큼 5억원의 보상은 많은 액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동차 회사는 이런 결함을 수정했으며 우여곡절 끝에 이 소비자에게는 새 차로 교환해줬다.
한 소비자는 주행을 할 때 차에서 새소리가 난다면서 40차례나 불만을 제기했다. 서비스센터 직원이 방문해 차량을 확인했으나 이상이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자동차 회사들이 블랙컨슈머에 인정주의와 적당주의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블랙컨슈머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자동차 회사가 원칙 없이 대응하기 때문”이라면서 “블랙컨슈머가 회사에 와서 시위를 벌이면 보상을 해주는 등 일관성이 없는 행위를 하면 이런 문제는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