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분양 아파트 1순위 마감 ‘제로’

2월 분양 아파트 1순위 마감 ‘제로’

입력 2017-02-19 11:46
수정 2017-02-1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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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는 청약 미달…2월 분양 예정물량은 줄줄이 연기

연초 아파트 분양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달 들어 분양한 10개의 단지 가운데 1순위에 마감한 곳이 한 곳도 없고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이달 분양 예정이던 아파트는 대거 3월 이후로 연기돼 2월 분양물량은 당초 계획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국정 혼란과 조기 대선 등 정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중도금 등 집단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청약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1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는 총 10개 단지로 이중 60%인 6개 단지가 2순위에서도 청약 미달됐다.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인천 송도 호반베르디움 3차, 경기도 광주 오포추자지구 서희스타힐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서청주파크자이 등 4개 단지만 2순위에서 마감됐을 뿐 1순위 마감 단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근래 청약 과열이 나타났던 대구·제주지역에서는 5곳에서 청약 미달 단지가 나왔다.

순위 내 마감된 단지들도 공급 물량이 작은 펜트하우스 등 일부 주택형을 제외하고는 경쟁률이 기대에 못미쳤다.

서청주 파크자이는 지난 주말 사흘간 3만여명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며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청약에선 총 1천452가구 일반분양에 당해·기타지역을 모두 포함해서도 4천594명(평균 경쟁률 3.16대 1)이 접수하는 데 그쳤다.

송도 호반베르디움3차 에듀시티도 첫날 펜트하우스 형태로 공급된 최상층 10가구만 1순위에서 평균 194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을 뿐, 나머지 4개 주택형은 평균 경쟁률이 1.17대 1에 그쳤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3대책 전까지만 해도 청약 경쟁률이 높아 3일간의 정당계약이나 예비당첨자 선에서 계약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책 이후에는 대형 건설사가 분양한 인기지역의 브랜드 아파트도 완판까지 2∼3개월 이상 걸린다”며 “청약 수요가 감소해 지역에 따라 장기 미분양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약시장의 분위기가 침체된 것은 최근 국정혼란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불안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과 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중도금·잔금 대출 등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분양 계약자들이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부동산114 리서치팀 이미윤 과장은 “신규 중도금 대출의 금리가 이미 4%대에 올라섰고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5%대 대출이 일반화될 것”이라며 “중도금 납입일자가 지나서도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한 현장들이 나오는 등 집단 대출에 대한 어려움이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이 분양받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의 동향이 심상치 않자 건설사들은 이달로 잡아놨던 분양물량을 3월 이후로 연기하는 등 ‘눈치보기’가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이달 초 계획된 분양예정 물량은 총 2만650가구였다. 그러나 19일 현재 실제 5천843가구만 분양됐고, 남은 일주일간 분양의사를 밝힌 물량은 경기도 오산시티자이 2차 등 4개 단지 3천84가구에 그친다.

2월 전체 분양물량이 8천927가구로 당초 계획대비 43%로 줄어든 셈이다.

반대로 건설사들이 2월 분양물량을 3월 이후로 미루면서 3월 분양 예정물량은 총 4만7천여가구로 연초 계획(4만가구) 대비 7천여가구 증가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출 문제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고 탄핵정국이다 뭐다 해서 국민적 관심도도 정치적인 문제에 쏠리고 있어 분양시기를 잡는데 고민이 많다”며 “설계변경이나 인허가 지연 등으로 분양시기가 연기되는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미분양이 생길까봐 눈치보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1·3대책 이후 청약열기가 식은 상황이라 뚜껑을 열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누군가 나서서 ‘청약 대박’을 터트려 분위기를 살려주길 기다리는 회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올해 분양시장 성수기인 4월말∼5월초 ‘벚꽃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분양시장 최고 성수기에 대선이 치러지면 선거 기간은 모델하우스 집객효과가 떨어지고 홍보물 만드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건설회사 마케팅 담당 임원은 “하반기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미분양을 우려해 건설사들이 상반기에 주로 분양물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대출 규제와 조기 대선 등의 영향으로 변수가 많다”며 “분양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3월 분양 결과에 따라 올 한해 청약시장의 성패도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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