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 브랜드의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 대한민국의 자동차 브랜드들도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독일자동차공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등 국산 브랜드들이 독일 현지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17만1천147대로 전년(16만6천563대) 대비 2.8% 증가했다.

현대차는 10만7천대로 전년보다 1.1% 감소했지만, 기아차는 6만1천여대로 8.7% 늘었다. 쌍용차는 3천397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무려 39.2%가 증가했다.

다만 독일 시장의 신규 자동차 수요가 335만대로 4.5% 증가함에 따라 국산차의 시장점유율은 5.1%로 0.1%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브랜드들의 독일 판매 대수는 독일 5개 브랜드의 국내 판매 대수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아우디, BMW, 벤츠, 포르셰, 폴크스바겐 등 독일 5개 브랜드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전년 대비 17.5% 감소한 총 13만7천885대를 팔았다.

독일 업체와 국내 업체가 상대국에서 판매한 양을 비교해보면 국내 업체들이 독일에서 3만3천262대를 더 판매한 것이다.

2015년만 해도 독일 5개 브랜드는 우리나라에서 총 16만7천43대를 팔아 독일에서 16만6천563대를 판매하는 데 그친 국내 자동차 업체들보다 480대를 더 팔았다.

2014년 이전만 해도 국내 업체들의 독일 판매가 월등히 많았지만 2015년에 역대 처음으로 독일 브랜드의 국내 판매량이 더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년 만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독일 판매량이 독일 브랜드의 국내 판매량을 재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잘나가던’ 독일 차 브랜드들의 판매 성적이 한국차들보다 뒤처지게 된 데는 무엇보다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태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환경부가 지난해 8월 배출가스 성적서, 소음 성적서 등을 위조한 혐의로 아우디·폴크스바겐 32개 차종 80개 모델 등에 인증취소·판매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아우디·폴크스바겐의 판매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반사 이익’을 얻어 메르세데스-벤츠(5만6천343대)와 BMW(4만8천459대)는 판매량이 19.9%, 1.2%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라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69.5%에서 지난해 61.2%로 8.3%포인트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독일 브랜드의 국내 자동차 시장 지배력은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라며 “반면 유럽에서 독일차 브랜드의 ‘텃세’가 제일 센 독일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은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독일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그룹 계열 중저가 브랜드 스코다(18만6천대), 르노(12만5천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