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신흥시장 국가리스크 비교분석’ 보고서
한국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이나 늘어나는 기업부채는 심각한 불안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가계부채와 기업구조조정, 위안화 약세 등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중국은 금융리스크가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10일 신흥시장 25개국을 상대로 금융리스크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종합점수에서 3.92로 말레이시아(3.94)에 이어 19위를 차지했다. 순위가 낮을수록 금융리스크가 높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금융리스크 평가에서 기업부채, 단기외채, 총외채, 외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5가지 항목을 분석해 이같이 평가했다.
작년 상반기 통계를 근거로 매우 높은 위험(0~2), 높은 위험(2~2.5), 중간 위험(2.5~3), 낮은 위험(3~4), 매우 낮은 위험(4~5) 등 5단계로 나눠 각 나라의 리스크 위험도를 산출했다.
그 결과, 베트남은 5점 만점 가운데 4.89를 기록해 금융리스크가 가장 낮았다. 모로코(4.64), 페루(4.55), 필리핀(4.49), 루마니아(4.47)가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3.92로 19위를 차지했다. 기업부채 항목에서 ‘매우 높은 위험’에 해당하는 1.87을 받아 전체 평균이 낮아졌다.
실제로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국내 금융권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계기업이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으로 빚을 내 은행 이자를 갚아 연명하는 기업을 말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구조조정 대상(C·D등급)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은 176곳으로 전년보다 1곳 늘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한국보다 금융리스크가 높은 국가는 체코(3.88), 칠레(3.74), 아르헨티나(3.55), 헝가리(3.54), 우크라이나(3.38), 중국(2.95) 등 6개국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은 전체 25개국 가운데 금융리스크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영준 연구위원은 “기업부채가 지속해서 늘어난다면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작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의 순위는 19위로 낮지만, 금융지표의 방향성을 놓고 보면 다른 신흥국에 비해 금융리스크가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경제·사회·금융·대외능력을 보여주는 16개 지표를 펀더멘탈, 금융·소버린, 대응능력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한 국가리스크 분석결과에서는 한국이 3.30의 점수를 받아 체코(3.33)에 이어 두 번째로 리스크가 낮았다.
루마니아(3.21), 모로코(3.14), 베트남(3.02)은 리스크가 낮은 국가로, 중국(2.43), 멕시코(2.28), 이집트(2.00)는 리스크가 높은 국가로 각각 분류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