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후폭풍’ 화장품주 급락에 투자자 시름 커져

‘사드 후폭풍’ 화장품주 급락에 투자자 시름 커져

입력 2017-01-10 09:22
수정 2017-01-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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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탄’ 아모레퍼시픽·한국콜마 등 줄줄이 하락

아모레퍼시픽과 한국콜마 등 국내 화장품 관련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작년 7월 8일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식 발표한 이후 지난 9일까지 6개월 만에 그야말로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당분간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중 양국 간 갈등이 풀어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실적 등 내재 가치와 비교하면 조정 폭이 컸던 만큼 조만간 반등이 나올 것이라며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 그칠 소나기가 아니라 장마가 될 수 있다며 과감한 손절매를 통해 조금이라도 건져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13% 내린 29만8천500원에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장 초반 한때 29만3천500원까지 떨어져 장중 52주 신저가마저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에 사드배치를 하겠다는 공식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7월 7일에는 44만1천원으로 장을 마쳤다. 6개월 만에 57.68%, 25만4천400원이 떨어졌다.

화장품 생산업체인 한국콜마도 전날 5만9천300원까지 떨어지며 장중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사드 문제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기 전인 6개월만 전만 해도 한국콜마는 10만원 이상에서 거래됐다.

전날 나머지 코스맥스, 연우, 코스메카코리아, 잇츠스킨, 토니모리 등 화장품 관련 주도 동반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화장품주의 동반 약세는 최근 중국 관영 매체가 한국이 사드배치를 예정대로 강행하면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사지 않는 등 강력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섬에 따라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나은채 수석연구원은 “한류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경고를 담은 중국 매체의 보도 내용이 화장품 불매로 확대해석되며 화장품주가 어제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7일 ‘한국이 사드 때문에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제하의 사평(社評)에서 “한국이 사드배치를 결정하고 미국의 글로벌 전략의 앞잡이가 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인들은 한국이 미국 편에 서기로 선택한다면 한국 때문에 국익을 희생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화장품 주는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에도 중국 정부가 한국·중국 항공사들의 중국발-한국행 전세기 운항 신청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4∼8%대의 약세를 보였다.

화장품 업종 자체의 경쟁 심화와 성장률 둔화 역시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나 연구원은 “화장품 산업이 3년째 좋다 보니까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면서 “기본적으로 화장품 업종 자체의 성장률도 둔화하는 양상”이라며 “화장품 업종의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실적이 양호한 업체와 해외 사업을 늘려놓은 업체는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나 연구원은 “일단 작년 4분기 실적이 양호한 업체는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해외 사업을 늘린 업체들이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코스맥스, 한국콜마, 연우, 코스메카코리아 등 화장품 생산업체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고 브랜드업체 가운데 아모레퍼시픽, 생산업체 가운데 코스맥스를 유망 종목으로 추천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사드 리스크가 화장품주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아모레G의 경우 중국 내 사업이 성공적이어서 중국 방문객 감소에 따른 영향은 미미하다”며 “화장품주의 조정 기간을 매수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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