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값이 나날이 치솟고 있다.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지만 이상급등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사재기와 매점매석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가격 왜곡의 원인을 둘러싸고 농가와 중간유통상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계란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통제 불능’ 상태 계란 시장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전남 지역에서 AI가 처음 신고된 지난달 16일 특란 30개 평균 소매가는 5천678원이었다.
이 가격은 지난달 30일 8천237원까지 올랐다. AI 발생 이후 약 45일 만에 45% 인상된 셈이다.
같은 기간 산지가격은 한판에 3천735원에서 5천919원으로 58% 급등했다.
소매가가 산지가격 대비 약 40~50% 비싼 셈이다.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각 지역 작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판매되는 계란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다.
이미 계란 한판에 1만5천원을 훌쩍 넘은 곳이 있을 만큼 계란은 가격 책정이나 집계가 무의미한 ‘통제 불능’ 상태다.
계란을 대규모로 공급받는 대형마트 등은 가격이 공개되고 경쟁사와 비교되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렵고 시시각각 시세가 변하는 영세 상인들이 내놓는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계란 가격 집계 자체가 유명무실한 통제 불능 상태”라며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니 농가나 유통상, 상인까지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면서 마찰과 혼란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 폭리 논란…농가·유통상 책임 공방
계란이 농가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는 크게 3~4단계를 거친다.
일단 양계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은 수집판매업자를 통해 세척 및 포장 과정에 들어간다. 최근에는 생산 농가들이 조합을 이뤄 수집판매업까지 겸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후 계란은 대형마트나 대기업으로 바로 납품돼 소비자에게 판매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도매상 등을 거쳐 소매점에 공급된다.
일각에서는 도매상들이 물량을 묶어놓는 식으로 수급을 조절하거나 이윤을 무리하게 남기면서 가격이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여러 과정에서 마진이 붙고 또 웃돈을 얹어주고 가져가는 곳도 있다 보니 계란 가격이 부르는 게 값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일 가격이 오르니 일부 대형 도매상은 창고만 있으면 무조건 계란을 쌓아 둘 것이고 그러다 보니 가격은 더 오른다”고 말했다.
반면에 유통상들은 이는 오해이며 오히려 자신들은 아무 지원도 못 받는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유통상들의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납품을 계속할 수밖에 없어 최근 폐업, 휴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장이 계란을 풀지 않고 있는지 밖에서는 알 수 없다”며 “계란 수입 등으로 가격 인상 기대가 사라질 때 생산자의 비축 물량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2일부터 2주간 2차 계란 사재기 관련 합동현장점검을 진행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가와 도매상들이 서로 계란을 쌓아두고 있다는 의심을 하는데, 이번 점검에서는 대형 농가와 수집판매업체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 계란 유통 투명화·합리화 시급
AI 사태가 되풀이되고 해마다 계란 가격이 출렁이면서 계란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론되는 대표적 대책은 계란유통센터(GP센터)의 확대이다.
GP(Grading and packing) 센터는 계란을 수집해 선별·포장하는 과정을 진행하는 대규모 집하장으로, 유통의 투명성이나 위생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전국에 GP센터가 약 50곳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유통되는 물량은 35% 수준이며, 나머지는 농가와 유통업체간 직거래나 중간 수집판매상을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공판장 개념의 GP 중심으로 유통구조가 바뀌면 공식 거래 가격이 집계되고 수집상들이 직접 농가를 출입하지 않기 때문에 방역 측면에도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당국에서 구조 개선을 서두르지 않아 계란 대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미 GP센터 확대를 검토 중이며 유통구조 개선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GP센터를 통한 유통 활성화를 위해 논의해오고 있다”며 “다만 GP센터를 의무화하려면 이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계란 유통업자들은 생산자 중심의 GP센터 도입이 능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위생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생산자 중심 GP센터로 가격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생산자가 가진 물량이 즉각 유통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지만 이상급등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사재기와 매점매석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가격 왜곡의 원인을 둘러싸고 농가와 중간유통상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계란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통제 불능’ 상태 계란 시장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전남 지역에서 AI가 처음 신고된 지난달 16일 특란 30개 평균 소매가는 5천678원이었다.
이 가격은 지난달 30일 8천237원까지 올랐다. AI 발생 이후 약 45일 만에 45% 인상된 셈이다.
같은 기간 산지가격은 한판에 3천735원에서 5천919원으로 58% 급등했다.
소매가가 산지가격 대비 약 40~50% 비싼 셈이다.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각 지역 작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판매되는 계란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다.
이미 계란 한판에 1만5천원을 훌쩍 넘은 곳이 있을 만큼 계란은 가격 책정이나 집계가 무의미한 ‘통제 불능’ 상태다.
계란을 대규모로 공급받는 대형마트 등은 가격이 공개되고 경쟁사와 비교되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렵고 시시각각 시세가 변하는 영세 상인들이 내놓는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계란 가격 집계 자체가 유명무실한 통제 불능 상태”라며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니 농가나 유통상, 상인까지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면서 마찰과 혼란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 폭리 논란…농가·유통상 책임 공방
계란이 농가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는 크게 3~4단계를 거친다.
일단 양계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은 수집판매업자를 통해 세척 및 포장 과정에 들어간다. 최근에는 생산 농가들이 조합을 이뤄 수집판매업까지 겸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후 계란은 대형마트나 대기업으로 바로 납품돼 소비자에게 판매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도매상 등을 거쳐 소매점에 공급된다.
일각에서는 도매상들이 물량을 묶어놓는 식으로 수급을 조절하거나 이윤을 무리하게 남기면서 가격이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여러 과정에서 마진이 붙고 또 웃돈을 얹어주고 가져가는 곳도 있다 보니 계란 가격이 부르는 게 값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일 가격이 오르니 일부 대형 도매상은 창고만 있으면 무조건 계란을 쌓아 둘 것이고 그러다 보니 가격은 더 오른다”고 말했다.
반면에 유통상들은 이는 오해이며 오히려 자신들은 아무 지원도 못 받는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유통상들의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납품을 계속할 수밖에 없어 최근 폐업, 휴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장이 계란을 풀지 않고 있는지 밖에서는 알 수 없다”며 “계란 수입 등으로 가격 인상 기대가 사라질 때 생산자의 비축 물량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2일부터 2주간 2차 계란 사재기 관련 합동현장점검을 진행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가와 도매상들이 서로 계란을 쌓아두고 있다는 의심을 하는데, 이번 점검에서는 대형 농가와 수집판매업체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 계란 유통 투명화·합리화 시급
AI 사태가 되풀이되고 해마다 계란 가격이 출렁이면서 계란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론되는 대표적 대책은 계란유통센터(GP센터)의 확대이다.
GP(Grading and packing) 센터는 계란을 수집해 선별·포장하는 과정을 진행하는 대규모 집하장으로, 유통의 투명성이나 위생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전국에 GP센터가 약 50곳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유통되는 물량은 35% 수준이며, 나머지는 농가와 유통업체간 직거래나 중간 수집판매상을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공판장 개념의 GP 중심으로 유통구조가 바뀌면 공식 거래 가격이 집계되고 수집상들이 직접 농가를 출입하지 않기 때문에 방역 측면에도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당국에서 구조 개선을 서두르지 않아 계란 대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미 GP센터 확대를 검토 중이며 유통구조 개선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GP센터를 통한 유통 활성화를 위해 논의해오고 있다”며 “다만 GP센터를 의무화하려면 이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계란 유통업자들은 생산자 중심의 GP센터 도입이 능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위생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생산자 중심 GP센터로 가격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생산자가 가진 물량이 즉각 유통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