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최순실게이트 ‘엎친 데 덮친 격’
청탁금지법 시행에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치면서 올해 식당가에서는 일명 ‘연말특수’가 실종된 모양새다.1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외식업소나 호텔 연회장의 연말 단체모임 예약은 통상 11월 말을 전후해 집중되지만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다.
광화문의 퓨전 레스토랑 직원은 “작년 이맘때에는 12월 평일 저녁 타임 중 회사 송년회가 주로 열리는 목, 금요일은 예약이 반 이상 차 있었다”며 “올해 같은 경우 예약이 마감된 날이 아직 단 하루도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 손님이 80% 이상인 정부세종청사 인근의 식당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청사 인근에서 한우구이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52) 씨는 “주로 공무원 단체 손님이 많았는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예약이 급감하더니 ‘최순실 사태’가 터진 뒤에는 ‘제로’(0건)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며 “시국이 시국인 만큼 너도나도 회식을 자제하자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고 전했다.
연말 모임 형태도 ‘송년회’하면 흔히 떠올리는 단체 회식 자리보다는 가족, 친구 간 소규모 식사 모임으로 단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세 이상 남녀 3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송년회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은 ‘간단한 식사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롯데호텔서울의 경우에도 지난달 기준으로 연회 예약이 전년 동월 대비 8~9%가량 감소한 반면 이 호텔 레스토랑의 2인, 4~5인의 소규모 모임 예약률은 예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일부 호텔은 연회장의 연말 단체 예약을 유치하기 위해 꽃장식 무료 제공 및 식사메뉴 업그레이드 등 프로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시행 두 달째를 맞은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공직 사회를 중심으로 단체 식사 자리를 가급적 삼가고 있는 데다 ‘최순실 정국’ 후폭풍으로 왁자지껄한 송년회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외식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연말 ‘반짝 수요’로 그간의 적자를 만회하려던 외식업계는 시작부터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청탁금지법 시행 두 달을 맞아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외식업체 47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체 운영자의 63.5%가 청탁금지법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3만원 이상의 중·고가 식당의 매출 피해가 큰 것으로 조사됐고, 외식업 시장 전체로 환산하면 21.1%의 매출 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감소가 장기화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휴·폐업 또는 업종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업체들도 26.9%로 집계됐다.
서용희 선임연구원은 “청탁금지법 시행 석 달째인 이번 달(12월)이 고비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며 “연말에는 보통 전달보다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 같은 경우 연말특수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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