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사전환 검토 첫 공식화…지배구조 개편 시동

삼성전자, 지주사전환 검토 첫 공식화…지배구조 개편 시동

입력 2016-11-29 17:00
업데이트 2016-11-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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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체제 구축 급물살…내년 상반기 중 인적분할 착수 관측

삼성 “중립적 입장서 지주회사 검토…결정된 것 없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어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등 주주가치 최적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함께 협업하고 있으며, 검토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주회사를 포함해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검토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삼성전자로서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의 제안을 수용하는 형식을 빌려 그룹 차원의 숙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하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로서는 이를 통해 엘리엇의 요구사항을 일정 부분 들어주며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또 인적분할 때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하는 것을 막도록 법안을 개정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더 본질적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첫발을 뗐다고 볼 수 있다. 지주회사 전환은 낮은 지분율 탓에 취약하다고 평가되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최근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으로 개막한 ‘이재용 체제’ 구축의 종착역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안정적 경영권 확보라고 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순을 하나씩 착착 밟아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 최적화가 명분이 됐지만 지주회사 전환 화두는 이런 복잡다기한 맥락에서 나온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일단 지주회사 전환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은 급물살을 타면서 숨가쁜 일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왜 지주회사 전환인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여겨져 왔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 등 오너(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해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전환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이 이재용 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궁극적인 도달점이 지주회사 전환”이라며 “지주회사 전환은 삼성도 하고 싶고, 시장도 기대하는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이 없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지주회사 전환이 유력하게 꼽히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크게 성장하면서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들여 지배력을 높이기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7.55%를 보유한 삼성생명이고, 이어 삼성물산이 4.25%, 이건희 삼성 회장이 3.54%, 삼성화재가 1.32%,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0.77%, 이재용 부회장이 0.60%를 각각 갖고 있다.

자사주를 제외한 삼성 측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18.44%(삼성생명 보유 특별계정 0.58% 포함)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0.72%에 달한다.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로서는 좀 더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지분 1%(140만6천793주·보통주 기준)만 확보하려 해도 28일 종가(주당 167만7천원)를 적용할 경우 2조3천592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은 이보다 적은 비용 부담으로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 등 삼성 측의 지분을 늘리는 방안으로 거론돼 왔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에 이어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 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밟으면 이 부회장 측이 삼성전자 홀딩스의 지분을 4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 홀딩스는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지분을 30%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을 타이밍과 결단의 문제라는 시각이 많았다. 언제이냐의 문제일 뿐 결국은 삼성전자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길이란 것이다.

◇ 앞으로 예상되는 절차는

삼성전자는 일단 검토 기간으로 6개월을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6개월이 가기 전, 그러니까 내년 상반기 중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막연한 ’기업구조 검토‘보다 좀 더 구체적인 ’지주회사 전환‘까지 언급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에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길을 터놓은 만큼 검토를 거쳐 내년 5∼6월께 인적분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면 그 절차는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삼성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자사주 의결권 부활→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인적분할을 하면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지주회사(홀딩스)와 삼성전자사업회사의 2개 회사로 쪼개진다. 기존 주주들은 신설된 삼성전자사업회사의 신주를 배정받는다. 인적분할이 주주들에게 기존 회사와 신생 회사의 지분을 똑같이 배분해주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이후 오너 등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은 삼성전자사업회사의 주식을 홀딩스에 현물 출자하고 홀딩스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는다.

이른바 주식 스와프(교환)로 불리는 이 과정을 거치면 오너 등의 지배력은 크게 강화된다.

이 연구원은 “인적분할이 되면 실제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회사의 가치가 크기 때문에 주식 스와프 이후에는 지분율이 지금보다는 훨씬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건희 삼성 회장 등 오너 일가와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이 18.44%인데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가 현물 출자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분율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의 의결권도 부활된다.

인적분할 때 지주 부문에 자사주를 할당하면 지주도 사업회사 지분을 갖게 되면서 의결권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자사주는 12.78%(보통주 기준)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확보 요건(상장회사는 20%)을 충족하는 데 큰 지렛대가 된다.

재계에서는 궁극적으로 삼성전사 홀딩스와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이 39.1%의 지분을 쥐고 있으면서 이미 삼성전자 제조 부문 계열사들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서면 제조 계열사들에 대한 안정적 경영권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검토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이처럼 삼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지주회사 전환 비용이 문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수십조원의 재원이 요구된다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상조 교수는 “삼성물산 합병이 성사되는 등 이미 준비가 된 부분도 있어서 비용이 10조원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른 그룹에 비하면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삼성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시간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다른 자회사들도 지주회사의 우산 밑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분을 조정하는 등의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신설될 지주회사가 이들 회사의 지분을 20% 이상씩(비상장회사는 40%)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준비도 있어야 한다.

실제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시발점으로 지주회사 전환에 착수한다 해도 그때부터 마무리까지는 3∼4년이 소요된다. 주주총회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기 때문이다.

세밀한 시나리오가 마련되기 전 지배구조 개편이 공론화하면 계열사별로 주식의 폭등·폭락 같은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6개월의 검토 기간을 둔 것은 이런 준비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방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인적분할을 통해 확보한 자사주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도 변수다.

삼성전자가 이런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법 개정 전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 짓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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