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대출 소득심사 강화…LTV·DTI 60% 넘으면 ‘고부담대출’ 분류중도금대출도 도미노 영향 불가피…他기관 대출도 심사때 참고
24일 정부가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분할상환 원칙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신규 주택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소득심사 없이 분양권에 당첨만 되면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었던 집단대출도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계부채가 10월 이후 사실상 1천3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면서 집단대출 공급 축소에 이어 그동안 주저했던 수요관리까지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규제 사각지대 ‘집단대출’…가계부채 급증 견인
집단대출이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차주 개인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 없이 시공사 또는 보증기관의 보증을 토대로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을 빌려주는 대출상품이다.
신규 주택시장의 선(先)분양 제도라는 특수성을 반영한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이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은 아파트 건설 기간 통상 5∼6차례 나눠 대출이 실행되고, 완공 후 입주 시기가 되면 잔금대출을 받는다.
통상 잔금대출을 받으면서 그동안 받은 중도금 대출 잔액이 그대로 잔금대출로 연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잔금대출은 보증기관이나 건설사의 보증을 토대로 하는 중도금대출과 달리 입주한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하는 담보대출이라는 점에서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실질에서 다른 점이 없다.
그럼에도 DTI 규제는 물론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적용도 되지 않아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저금리로 시중에 풀린 자금이 신규 주택시장에만 몰려 분양시장 과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9월 말 가계신용 잔액 1천295조8천억원에 10월 중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만 7조5천억원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10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천300조원을 훨씬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은 총 56조7천억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규모가 17조9천억원(31.5%)을 차지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사실상 집단대출이 이끈 것이다.
◇ LTV·DTI 60% 넘으면 곧바로 원리금 나눠갚아야
정부는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현재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고 있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적용 시점은 내년 1월 1일 분양공고한 사업장부터다.
올해 5월부터 전국(수도권은 2월)에서 확대 시행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상환능력 범위에서 돈을 빌리고, 빌린 돈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하는 유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전까지 주택담보대출 신청자 중에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서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갚는 대출방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고, 잔금대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집의 담보 가치나 소득보다 빌리는 돈이 많거나 소득 증빙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대출 후 1년 이내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변동금리 선택 시 소득에 따른 대출 한도를 더 엄격하게 따진다.
금융위는 잔금대출에 대해서도 기존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잔금대출도 담보인정비율(LTV)이나 DTI가 60%를 넘는 대출은 ‘고부담 대출’로 보고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둔 분할상환을 원칙적으로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고부담 대출에 대해선 소득심사를 까다롭게 한다는 점에서 이는 곧 잔금대출에도 일반 주택담보대출처럼 사실상 DTI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중도금 대출도 간접 영향 불가피
이번 대책에는 잔금대출만 가이드라인 적용대상에 포함됐지만 사실상 중도금 대출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입주 시 중도금 대출 잔액이 통상 잔금대출에 포함돼 이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중도금대출은 보증부 대출이기 때문에 은행이 별도로 차주의 소득심사를 하지 않는다. 보증을 끼고 있기 때문에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은행이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8·25 대책 이후 은행들은 중도금 대출 때에도 차주의 소득증빙 서류를 반드시 제출받고 있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분양 당첨자가 보증만 믿고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가 나중에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 소득심사에서 대출한도가 충분히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은행이 중도금대출 때부터 상환능력을 미리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부가 작년 7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때 잔금대출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서 제외한 이유도 잔금대출 규제가 중도금대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였다.
선분양 제도 아래서 잔금대출을 규제하면 사실상 실수요자까지도 입주를 제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정부가 이런 기존 입장을 뒤집고 잔금대출 규제에 나선 것은 금리 인상기 도래를 앞두고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잔금대출의 가이드라인 대상 포함은 집단대출에 사실상 DTI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어온 집단대출 증가속도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대출자 관리때 他기관 빚도 참고…“필요시 대출심사 활용 검토”
대출심사를 할 때 대출 신청자의 기존 대출까지 포함해 상환능력을 따지는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를 연내 도입하는 방안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만 적용되지만 DSR는 은행, 보험, 캐피털 등의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에도 모두 적용돼 훨씬 광범위하다.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DSR 제도 도입을 포함하기 때문에 집단대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금융기관이 대출심사 때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앞으로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이를 대출심사에 직접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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