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한미약품 사태로 160대 압수 “구형 임대폰 불편… 업무 마비”
“언제까지 불편한 임대폰으로 버텨야 할지 기약이 없습니다.”분기 중 가장 바쁜 실적 발표 시즌에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하소연입니다.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 사전 유출 의혹으로 압수수색당한 증권가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뒤숭숭한 모습입니다.
검찰이 열 군데가 넘는 압수수색에서 걷어 간 휴대전화만 160대에 이릅니다. 검찰이 휴대전화를 ‘싹쓸이’해 가는 바람에 여의도 일대 임대폰은 동이 났습니다. 임대폰을 구하지 못한 애널리스트들은 집에 처박아 뒀던 휴대전화라도 꺼내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라 업무 필수품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실적 발표가 쏟아져 바쁜 시기에 휴대전화가 사라져 당황스럽다”면서 “업무상 꼭 필요한 연락처를 미처 백업하지 못한 애널리스트들은 사실상 업무마비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휴대전화를 언제 돌려줄지 몰라 새로 사기도 애매한 상태”라면서 “빌려 쓰고 있는 전화기는 예전 모델이라 오전이면 배터리가 다 닳아 버려 너무 불편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한 증권사에서는 리서치센터 소속 전원이 휴대전화를 압수당했습니다. 검찰은 한미약품 측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제약 분야 애널리스트뿐 아니라 20여명 모두의 휴대전화를 걷어 갔습니다. 한 회사에서 40여명이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압수수색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옵니다.
하지만 지난해 증권사 직원이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로 부당이득을 챙겨 처벌받은 전례가 있는 만큼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기관과 임직원의 미공개 정보 거래 사실이 확인된다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여 증권가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6-10-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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