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인구절벽에 빚 ‘눈덩이’…기존 제도로는 관리 한계 국가채무·재정적자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법에 명시
기획재정부가 9일 내놓은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의 핵심은 미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나라 살림을 보다 효율적으로 꾸려나가자는 것이다.현재 40%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세출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저성장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최악의 경우 2060년 90% 이상 수준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기재부는 국가채무 비율과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일정수준 이하로 관리하도록 법에 못 박고, 의무지출을 도입하려면 재원조달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페이고(Pay-go)’제도 등 강력한 대책을 재정건전화법에 담았다.
◇ 국가채무비율 최악의 경우 90%까지 급증
현재 한국의 재정은 선진국이나 주변국과 비교해 탄탄한 수준이다.
그러나 재정을 둘러싼 환경은 질적·구조적으로 불안하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5년간 중 2014년(3.3%)을 제외한 연간 성장률은 2%대로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올해(3천700만명)를 정점으로 2060년 2천200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계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08년 28.0%에서 올해 40.1%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2008년 -1.1%에서 올해는 -2.3%(추정치)로 악화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존 제도로는 건전한 재정 관리가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가 작년 12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세출 구조조정을 진행해도 2060년에는 국가채무 비율이 최대 62.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만약 새로운 의무지출 항목이 도입되고, 저성장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국가채무 비율이 90%대 이상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
또 현재의 저부담·고급여 체계가 유지될 경우 건강보험 기금은 2025년에, 국민연금은 2060년에 고갈되는 등 대부분의 사회보험이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는 암울한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기존의 재정운용 관련 법령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험, 공공기관별로 따로 규정돼있어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재정건전화 시책을 추진하는 데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건전화법 제정 방침을 공식 발표했으며, 이후 학계와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이번 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
◇ 채무비율 GDP의 45% 이하로…재원대책 빠진 의무지출 도입 ‘아웃’
재정건전화법의 핵심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과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도록 법에 명시한 것이다.
재정건전화법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37.9%인 국가채무 비율을 GDP 대비 45% 이하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목표 비율은 5년 마다 재검토될 수 있도록 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하기로 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순수한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경기 침체나 대량실업, 남북 관계 변화 등으로 예기치 않은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재정준칙을 적용하지 않도록 예외를 뒀다.
정부나 국회가 새롭게 의무지출을 도입하려면 재원조달방안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페이고(Pay-go)’제도도 도입했다.
의무지출은 교부금, 채무 상환, 연금·건강보험 등 법정부담금, 사회보장지출 등을 의미한다.
아울러 국민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7대 사회보험의 재정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자 장기재정전망을 5년 단위로 하고 재정전망 절차도 명시하기로 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재정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재정준칙 이행관리 사항을 점검하고 각 부처·지자체의 재정건전화 계획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를 세우기로 했다.
정부는 재정건전화법 제정으로 재정 고갈 위험에 선제로 대응하고 재정을 활용하는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책임감을 키울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나 관리재정 수지 적자 비율을 강제화했으니 국가채무 비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우려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페이고 제도로 ‘퍼주기식’ 무분별한 복지 대책 도입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곧 적자 전환, 나아가 기금 고갈 우려마저 고개를 드는 사회보험의 재정건전성 관리와 부처·지자체·공공기관 등이 스스로 지출 효율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정부가 노리는 효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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