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특단의 조치 없다면 7월 넘기기 어려워” 1조원 운영 자금 필요…외국계 펀드 통한 자금조달 모색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 가입을 사실상 확정 지으며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한진해운은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을 시작했다.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들에 자산을 팔아 급한 불부터 끄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한진해운이 7월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1조원 자금 마련을 압박하고 있다.
26일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자산 매각 등으로 이번 달 위기는 넘겼지만 특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다음 달을 넘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시간이 넉넉지 않은 만큼 자금조달을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는 최근 용선료에 이어 컨테이너 박스를 빌려 쓴 비용 일부까지 연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는 규모가 크지 않은 컨테이너 박스 임대료까지 못 낸다는 것은 한진해운의 운영 자금이 사실상 말랐다는 뜻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한진그룹 계열사가 지원에 나섰다.
한진해운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한국과 중국·일본·동남아를 오가는 아시아 역내 8개 노선의 영업권을 ㈜한진에 621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채권단과 자율협약 때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마련하기로 한 4천112억원과 별도인 그룹 지원 금액이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하는 금액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채권단은 한진해운 회생을 위해선 약 1조원의 운영 자금이 필요하다며 한진그룹에 추가 지원을 요구 중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이 없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 ㈜한진 등 계열사들이 추가로 한진해운 자산을 사들이고, 홍콩 등 외국계 펀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자율협약 마감 기간인 8월 4일까지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유동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해운동맹 가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서 이를 활용해 채권단과 협상을 벌이려 했으나, 현대상선이 ‘2M’ 가입이라는 제3의 길을 가면서 입지가 더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을 마친 상황에서 다음 달 해운동맹 가입도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순항 중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현대상선 구조조정은 99% 정도 완성된 상황”이라며 “새 경영진을 누가 봐도 납득할만한 전문가로 임명한다면 구조조정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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