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사 자구안 마련…2018년까지 허리띠 졸라매며 ‘각자도생’
4·13 총선 이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8일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 발표 이후 첫 번째 분기점을 지났다.대형 조선 3사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설·인력 감축으로 각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 틀이 잡혔다.
‘빅딜’은 없음을 재확인했지만, 향후 업황 변화에 따른 산업재편 가능성은 열어뒀다.
한편에서는 조선·해운업의 글로벌 과잉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나무’만 있고 산업재편이라는 ‘숲’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2일 “조선 대형 3사는 자구안을 내놓게 했고 중소형 조선사는 향후 구조조정 원칙을 분명히 했다”며 “정부와 채권단이 구조조정의 방향을 잡았고 이제는 이행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조선과 해운 등 한계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본확충펀드 등으로 총 12조원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도 이날 10조3천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확정했다.
조선사들이 자구계획을 이행하면 2018년 설비 규모는 2015년 대비 20% 줄어든다. 도크(선박을 건조·수리하기 위한 시설) 수는 23% 감소한다. 직영·외주를 포함한 고용 인력도 2018년까지 30% 이상 줄어든다.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가 2018년부터 조선 수주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을 했기 때문에 적어도 이때까지는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논리다.
조선산업 전반의 사업재편과 관련, 정부는 조선협회 주관의 공동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8월 이후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판단을 미루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선 3사의 재편은 8월 중순 업계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분석 결과에 따라 업계가 자율적으로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정부는 거기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컨설팅 보고서는 중장기 업황전망을 토대로 국내 조선산업의 적정 공급능력을 추산하고 이에 걸맞은 생산규모 감축을 권고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당분간 업계 주도의 빅딜은 가능하지 않다는 게 업계와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있었던 재벌 간의 빅딜은 서로 다른 업종을 맞교환한 방식이었으나, 현재는 위기 업종이 해운·조선업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선두업체마저 수주절벽으로 ‘제 코가 석 자’인 것도 빅딜을 가로막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빅딜 시나리오로 제기되지만 삼성중공업 역시 유동성 악화에 대처하고자 유상증자를 포함한 강력한 자구노력을 추진하는 중이어서 양사의 합병은 당분간은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다.
과거 급속성장 시기처럼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트는 방식의 강제 빅딜은 더욱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삼성그룹 측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비공식적으로 타진했지만, 삼성 측이 난색을 보여 없었던 일이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결국, 각 회사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2018년 이후 업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리는 형태로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 이후 두 달간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와 금융, 재계 안팎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대해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정부엔 이런 의미의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과정만 봐도 정부가 국회로부터 오는 비난과 책임을 회피하려 한국은행에 손을 벌렸다가 오히려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관료는 복지부동하고 눈앞에 당면한 일만 처리하는 게 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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