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동반 상승 마감…수도권 강세, 지방 약세 뚜렷
당분간 ‘탈동조화’ 지속…내년 이후 입주량 급증, 양극화 세분화올해부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시장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수도권·지방 시장이 함께 호황을 보이던 시장을 마감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시장이 서로 차별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수도권은 거래가 늘고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지방은 거래가 줄고 가격도 약세다.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지방은 강세, 수도권은 약세를 보였던 것과 정반대 현상이다.
◇ 2010∼2013년에도 지방↑·수도권↓ ‘탈동조화’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수도권 아파트값은 0.20% 상승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이 기간 동안 0.35% 올라 수도권 아파트값을 견인했다.
이에 비해 지방의 아파트값은 지난달까지 0.20% 떨어지며 수도권과 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월간 통계로도 지방 아파트값은 1월의 보합을 제외하고는 2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전체 가격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방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올해 0.03% 오른 반면 수도권은 5배가 넘는 0.16% 상승해 수도권의 강세가 이어졌다.
주택시장의 이러한 ‘디커플링’ 현상은 가장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전후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06년 한 해 무려 24.24%나 올랐던 수도권 아파트값은 종합부동산세 도입, 2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각종 투기방지책이 쏟아진 2007년 이후 오름폭이 6∼7%대로 급격히 둔화했다. 이후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경제위기의 후폭풍이 본격화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약세가 지속됐다.
2008년 한해 6.77% 올랐던 수도권 아파트값은 글로벌 위기 직후인 2009년 0.60%로 주저앉더니 2010년에는 2.91% 하락,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5.77%, 0.84% 떨어졌다.
반면, 2009년 2.55%의 상승률을 보였던 지방 아파트값은 수도권의 하락세가 본격화한 2010년 7.89%로 오름폭이 확대된 뒤 2011년에는 무려 18.34% 급등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떨어졌던 2012∼2013년에도 지방 아파트값은 1∼2%대의 상승률을 보이며 여진이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정부의 투기방지책과 보금자리주택으로 불렸던 수도권 ‘반값아파트’ 공급 등 정책 변수외에 입주물량 변화와도 밀접한 연관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약세, 지방이 강세를 보였던 2009∼2012년까지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0만8천∼15만7천여가구, 지방은 7만∼12만8천여가구로 지방에 비해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많았다.
◇ 2014∼2015년 ‘동조화’, 올해 수도권↑·지방↓ 역전현상
이후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가격은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주택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2014년 완벽한 ‘커플링(coupling·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2014년 주택 거래량이 100만건을 넘어서는 등 규제완화 분위기 속에 수도권 아파트값은 2.5%, 지방 아파트값은 2.91% 상승하며 균형을 이뤘다.
지난해에도 지방 아파트값은 3.64%, 수도권은 6.19% 오르며 동반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까지 비슷했던 흐름은 하반기 이후 대구와 경북 등지에서 약세가 시작되며 차별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지방 시장에 ‘3대 악재’가 터지며 ‘디커플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수도권에서 시작한 여신심사 강화 조치가 5월부터 지방으로 확대 시행된 데다,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으로 조선업의 메카인 거제·울산 동구 등지의 집값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방의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도 16만2천여가구를 기록하는 등 3년 째 16만가구를 넘어서면서 대구·경북 등 상당수 지역의 공급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반면 수도권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고분양가 영향으로 아파트값이 오르고 거래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들어 4월까지 집계된 지방의 주택거래량은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 15.2% 감소했다.
수도권이 같은 기간 평균 8.3% 늘었고 특히 서울이 21.2%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월 들어 더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집계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1만354건으로 작년 10월 이후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도권-지방의 디커플링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박합수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은 왜곡된 시장이긴 하나 ‘재건축’이라는 상승 모멘텀이 있는 반면 지방은 공급 증가와 대출규제, 장기간 가격 상승에 따른 구매력 감소 등의 악재로 약세가 예상된다”며 “올해 내내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이 상반된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이후 전국적으로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지역별로 시장 양극화가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의 입주물량은 70만 가구를 넘어서며 1980년대 1기 신도시 수준의 물량이 공급될 전망이다.
최근 수도권의 강세도 서울 재건축이 견인하는 것이어서 여타 수도권 지역에 언제까지 온기가 미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은 2018년까지 입주물량이 많지 않고 재건축 호재로 강세가 이어지겠지만 경기지역은 내년부터 신도시 등지의 입주물량이 늘면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지금도 지역별로 주택 매매, 청약시장이 차별화되고 같은 지방 내에서도 대구·경북 등지는 약세, 강원·세종은 강세를 보이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상품별, 지역별로 주택시장이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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