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롯데…압수수색·소환·중징계 잇따라

‘바람 잘 날 없는’ 롯데…압수수색·소환·중징계 잇따라

입력 2016-06-02 15:48
수정 2016-06-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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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텔롯데 상장, 11월 잠실면세점 승인 앞두고 ‘긴장’

지난해 7월 이후 치열한 경영권 싸움을 거쳐 차남 신동빈 회장 체제로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였던 롯데그룹이 최근 가습기 살균제, 면세점 입점 로비, 홈쇼핑 중징계 등 여러 사건과 의혹에 휘말리면서 다시 흔들리고 있다.

특히 롯데 임직원들은 6월말 호텔롯데 유가증권시장 상장, 11월 잠실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 재승인 등 그룹 미래를 좌우할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잇단 악재들이 혹시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표정이다.

검찰은 2일 오전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현재 수감 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면세점 입점 로비 차원에서 신 이사장 등 롯데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넨 단서를 잡고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이다.

정 대표는 브로커 한 모(58)씨와 2012년 롯데면세점 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운영에 관한 컨설팅(점포 위치 조정, 제품 진열, 재고 관리 등) 계약을 체결하고 점포 수익의 3~4%를 수수료로 지불했다. 이후 정 대표는 2014년 7월 한씨 측과 돌연 계약을 끊고 신영자 이사장의 장남이 운영하는 A사에 같은 업무를 맡겼다.

검찰은 한씨와의 계약 체결 및 해지, A사와의 신규 거래 과정에서 정 대표가 롯데 측에 수 십억원 규모의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캐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는 일단 말을 아끼고 신 이사장과의 ‘선긋기’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어떤 구체적 혐의 때문에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며 “최대한 수사에는 협조하겠지만, 롯데면세점이 조직적으로 어떤 로비에 연루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만의 하나 신 이사장과 정 대표나 한 씨 사이에 실제로 어떤 거래가 있었다고 해도 롯데그룹이나 롯데면세점 실무진의 비위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롯데면세점은 여전히 네이처리퍼블릭이 2012년 당시 이미 주요 면세점에 모두 입점한 유명 브랜드였기 때문에 굳이 정 대표나 한 씨 등이 거액을 들여 로비를 벌일 이유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대형 비리 사건에 직접적으로 롯데면세점과 오너가(家) 일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만으로도 롯데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상태다.

지난해 11월 이른바 ‘서울시내 면세점 유치전’에서 롯데는 연 매출이 5천억원에 이르는 잠실점(월드타워점)을 잃었고, 지난 4월 말 관세청의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방침 확정으로 겨우 오는 11월께 면세점 운영권(특허) 재승인을 통한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만약 향후 검찰 수사 결과,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이나 운영 과정에서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던 잠실면세점 재승인은 다시 안갯속에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면세점 특허 심사 기준 가운데 면세물품·매장 관리 역량, 기업이익 사회 환원·상생협력 노력 등에서 감점이나 부정적 평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6월말 상장을 앞둔 롯데면세점 운영사인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도 함께 깎여 최악의 경우 공모가가 예상 범위(10만원 안팎)를 크게 밑돌거나 공모 흥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롯데면세점 외 마트와 홈쇼핑 등 계열사들이 최근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것도 롯데로서는 뼈 아픈 부분이다.

롯데마트는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자체브랜드(PB)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외주 생산·판매했는데, 이를 사용한 소비자 가운데 수 십명이 목숨을 잃거나 폐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당시 롯데마트 주요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롯데홈쇼핑이 미래과학부로부터 ‘9월 28일 이후 6개월간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라는 전대미문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납품 업체의 도미노 피해 등 파급 효과 등의 측면에서 징계 수위가 너무 높다는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모든 문제가 기본적으로 재승인 과정에서 ‘비위 임원 정보’라는 중요한 내용을 누락한 롯데홈쇼핑의 ‘무신경’에서 비롯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정확한 사실 관계를 해명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신동빈 회장도 향후 롯데 경영의 최대 가치로 투명 경영,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경영 등을 강조한만큼 만약 고칠 부분이 드러나면 과감하게 개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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