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문제 삼은 삼성물산 합병, 금융당국은 “문제없다” 결론

서울고법 문제 삼은 삼성물산 합병, 금융당국은 “문제없다” 결론

입력 2016-06-02 07:21
수정 2016-06-0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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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공정성을 의심하는 결정을 내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미 두 회사 합병과 관련한 여러 의혹을 검토하고서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작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 회사 합병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되자 확인 작업을 거쳐 그 결과를 19대 국회에 보고했다.

우선 금융위는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감원을 동원해 요건을 달리하면서 합병 비율을 계산하는 시뮬레이션을 벌였다.

당시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정해졌는데, 이는 삼성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조정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합병 비율을 정할 때 두 기업의 1개월간 주가를 반영하도록 하는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을 계기로 1개월은 너무 짧아 인위적인 주가 조작이 개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은 “주가를 계산하는 기간을 1년까지 확대해 시세조정이 불가능하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15개 종목을 임의로 뽑아 주가를 결정하는 기간을 3개월, 6개월로 늘리는 등 기간을 바꾸며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주가 계산 기간이 길어지든 짧아지든 어느 한쪽이 항상 유리한 경우는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주가 산정 기간이 달라져도 특정 방향성이 발견되지 않아 결국 기간은 큰 변수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 1심 결정을 뒤집은 서울고법의 이번 결정은 합병 비율이 아닌 주식매수청구권 산정 방식을 집중적으로 따져 가격 산정 기간이 아니라 주가를 정하는 기준 시점이 타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작년에 논란이 한창일 때 두 회사의 합병과 관련해선 주식매수청구권 기준 시점보다는 합병 비율 산정 기간이 대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해졌다는 의혹이 더 문제가 됐었다.

합병 비율 산정 기간을 둘러싼 문제는 대법원 단계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이미 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는 삼성물산이 일부러 수주 공시를 미루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낮춘 것 같다는 서울고법의 지적과 달리 삼성물산의 인위적인 주가 낮추기는 없었다는 주장을 방증하는 논거로 쓰일 수 있다.

작년 합병 추진 당시 삼성생명이 자산운용사들을 일일이 접촉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삼성생명의 해명을 받는 등 조사한 결과 혐의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은 자산운용사들로부터 작년도 상반기 운용 성과 결과서와 내부 지침 등을 제출받아 삼성생명의 압력 행사 여부를 조사했으나 이상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삼성생명은 “통상적인 운용관리 업무로서 두 회사 합병이 위탁자산 운용에 미치는 영향을 수시로 모니터링한 것인데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근거로 금융당국은 삼성 측이 합병을 위해 외부에 압력을 가하거나 회유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국민연금이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 주식을 꾸준히 팔아 삼성물산 주가가 낮아진 면이 있음을 거론하며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해 묘한 여운을 남겨 놓은 상황이다.

이에 앞서 옛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그러자 옛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일성신약과 일부 소액주주는 합병에 반대하며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에 사달라 요구했고, 삼성물산은 당시의 회사 주가 등을 바탕으로 1주당 5만7천234원을 제시했다.

일성신약 등은 매수가격이 너무 낮다며 법원에 가격 조정을 신청했으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1월 “제시된 가격이 적정했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35부(윤종구 부장판사)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합병 결의 무렵 삼성물산의 시장주가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보통주 매수가를 합병설이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18일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하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되면 매수가는 주당 6만6천602원으로 높아지게 된다.

2심 재판부는 “삼성물산 주가는 낮게, 제일모직 주가가 높게 형성돼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합병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때 그 당시 주가는 매수가 결정의 기초로 삼을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재항고하기로 해 최종 판단은 대법원 몫으로 넘어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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