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미 FTA 재협상? 현실적으로 불가능”

입력 2016-05-16 10:22
수정 2016-05-1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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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교책사 주장에 정부·통상전문가 “가능성 희박”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측근이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 책사인 왈리드 파레스는 1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모든 협정에 대해 원점(ground zero)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며 “(트럼프는) 협상가로서 테이블 위를 완전히 비워놓고 협상을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직 발효되지 않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물론이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등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재협상 또는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해 국내 통상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은 “한·미 FTA 원점 재협상이나 폐기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FTA는 양국이 이익의 균형을 맞춘 뒤 상호 호혜적으로 맺었기 때문에 일단 발효한 뒤에는 일방적으로 무효로 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상적인 외교 관계 속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FTA를 폐기한 사례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FTA라는 것은 단순한 경제협정이 아니라 정치, 외교 등과 민감하게 맞물린 중요 사안”이라며 “발효된 FTA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갑자기 무효화한다는 것은 상대국과 앞으로 아예 보지 말자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기존 FTA 협정을 무효로 하고 다시 협상한다는 것은 상대국과 정치외교적 관계를 단절하는 상황에서나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강력한 우방 가운데 한 나라인 한국에 그런 조치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측이 표를 얻기 위해 마구 던지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파레스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매우 합리적인 협상가”라며 “재협상을 얘기할 때에는 모든 것을 취소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 측 역시 국제 외교 관례를 깡그리 무시하며 정책을 집행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양허 수준을 넓히는 차원의 FTA 추가협상은 종종 이뤄진다”며 “추가협상도 쌍방이 동의한 상황에서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한·미 FTA를 아예 재협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모든 FTA와 마찬가지로 한·미 FTA에도 협정 종료에 대한 조항은 있다.

한 나라가 상대국에 협정 해지를 희망한다고 서면으로 통보하면 180일 이후에 종료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상대국은 180일 이내에 협의를 신청할 수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FTA 협정 종료 조항은 실제 활용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형식적인 부분”이라며 “FTA에는 발효 관련 규정이 있어서 짝을 맞춰 종료 조항도 함께 담아 놓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설사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 한·미 FTA 폐지를 추진한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권한이 있느냐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FTA 같은 관세 관련 협정 체결에 대한 권한은 헌법상 대통령이 아닌 의회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부는 의회로부터 관련 권한을 위임받은 뒤 실무 협상에 나서고 있다.

행정부가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 의회 비준을 거쳐 FTA가 정식으로 체결된다. 이후 미국은 국내에서 이행 법안을 만들어 관련 내용을 처리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협정 폐지 절차에 대한 규정은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협정 체결 권한이 있는 의회의 동의 없이 FTA를 폐지한다면 법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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