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7룡 경쟁 속 조용병·위성호 2파전
금융권의 주주총회가 마무리되면서 금융지주의 후계 구도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하나금융, KB금융 계열사들은 주주총회를 끝내고 계열사 CEO 및 이사진 구성을 마무리했다.
3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신한금융이다. 한동우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기 때문에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잠룡들의 격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차기 회장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후보는 7명 정도다.
규모가 큰 주력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조용병 행장, 신한카드의 위성호 사장, 신한금융투자 강대석 사장, 신한생명 이병찬 사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민정기 사장 등이 우선 손꼽힌다.
여기에 최근 신한생명 사장에서 물러난 이성락 부회장, 전 신한은행장인 서진원 부회장 등도 후보군에서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7룡’이 경합하는 구도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가운데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조 행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리딩뱅크’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듣고, 2013년부터 신한카드를 이끌어 온 위성호 사장 역시 신한금융 비은행 부문의 이익 증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꾸준히 유력한 후보로 꼽혀 온 서진원 부회장의 경우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월 건강이 악화했던 이력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성락 신한생명 부회장 역시 조용병 행장·위성호 사장 등과 함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혀 왔으나, 최근 신한생명 사장에서 물러나 ‘현직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점이 아쉽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의 리더십이 강고하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면서 2018년 3월까지 ‘하나금융호’를 이끌 예정이다.
현재로선 ‘3선’마저도 내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임기가 끝나는 2018년에 66세여서 재임 시 70세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배구조 규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주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김정태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에서 지난 2008~2012년 3월 하나은행장을,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15년 넘게 이어졌던 전임 김승유 체제의 색깔을 지우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외이사 6명 모두 김정태 회장 재임 시절에 임명된 이들이어서 지지층도 확고하다.
그러나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단순했던 후계구도가 조금 복잡해졌다.
김 부회장과 함영주 행장은 작년 KEB하나은행장을 놓고 각축을 벌였던 인물이어서 ‘포스트 김정태’를 노리는 차기 혹은 차차기 회장 후보로서는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김 부회장과 함 행장이 앞으로 어떤 실적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차기 회장 구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자리에 오른 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후계구도를 논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 윤 회장의 임기는 내년 11월까지다.
여기에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지주 회장과 은행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사외 이사의 지지도 탄탄하다. 현재 사외이사 6명은 모두 윤 회장 부임 후 임명됐다. 내부적으로 회장에 도전할 만한 잠룡군도 형성되지 못했다.
KB금융에서 윤 회장의 지위는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차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상황이라 할 만하다.
다만 아직 뚜렷할 만한 실적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만약에 대우증권에 이어 현대증권 인수합병(M&A)에서도 ‘고배’를 마신다면 연임에 상당 부분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