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 “한계가구, 원리금 갚기 위해 빚내야 하는 상황”
지난해 빚 갚기 힘든 한계가구가 158만3천 가구로 3년 전과 비교해 25만8천 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현대경제연구원이 20일 발표한 ‘가계부채 한계가구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서 한계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2.3%(132만5천 가구)에서 지난해 14.8%(158만3천 가구)로 2.5%포인트 올랐다.
한계가구란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 한계가구의 44% “대출 상환 불가능”
이들 한계가구의 평균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은 104.7%다. 처분가능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아 원리금 상환을 위해 빚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계가구의 44%는 대출기한 내 상환이 불가능하거나 아예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한다.
또 한계가구는 1년 후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면 그 원인은 생활비 마련(62.3%)과 부채상환(17.7%)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비(非)한계가구는 생활비 마련(60.7%)과 부동산 구매(23.9%)를 꼽았다.
문제는 한계가구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부채가 전체 가구의 금융부채의 29.3%나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체 가능성이 커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한계가구의 73%는 원리금 상환에 따른 생계부담으로 소비지출을 줄인다고 응답했다. 민간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다.
◇ 60대 이상·자영업자·저소득층·하우스푸어, 한계가구 비중 높아
한계가구의 특성을 살펴보면 60대 이상 가구주의 가구 중 17.5%(33만9천 가구)가 한계가구로 나타나 가구주 연령별로 나눴을 때 한계가구 비중이 가장 컸다.
50대는 13.4%(41만 가구), 40대는 15.3%(51만8천 가구), 30대는 14.2%(30만2천 가구)가 한계가구였다.
종사상 지위별로 나눠보면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가구의 한계가구 비중이 20.4%(14만9천 가구)로 가장 컸고,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구는 15.8%(35만 가구)가 한계가구였다.
상용근로자가구는 12.7%(67만3천 가구)가 한계가구였고, 임시 일용근로자가구는 14.9%(18만6천 가구)가 한계가구였다.
소득 수준별로는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22.9%(23만6천 가구)가 한계가구였고 5분위 가구는 10.5%(27만6천 가구)만 한계가구였다.
순 자산 규모에서는 순 자산 1분위 중 17.9%(31만4천 가구)가 한계가구로 나타나 한계가구 비중이 가장 컸다.
입주형태별로는 자기 집에 거주하는 사람의 한계가구 비중이 16.4%(111만 가구)로 월세 거주자(12.8%, 18만7천 가구)나 전세 거주자(11.1%, 23만4천 가구)보다 높았다.
이는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 등으로 빈곤하게 사는 ‘하우스 푸어’ 가구의 한계가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 “저소득층 채무상환능력 높이고 주택연금 활성화 시켜야”
보고서는 한계가구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계가구를 줄이려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고령층의 소득을 높여 채무상환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취업성공패키지와 연계한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하고, 고용 연계 대출 등 자활 기반 마련을 위한 금융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며 “중·고소득층도 재무컨설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집을 사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많은 빚을 지지 않도록 금융기관은 채무상환능력과 자산부채를 고려해 적정한 규모만 대출해주고 처음부터 원리금을 갚아가도록 유도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하우스푸어로 한계가구가 된 경우에는 주택 연금에서 연금을 일시 인출해 대출을 상환하고 나머지 연금은 매달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연체에 빠진 한계가구가 재활할 수 있도록 신용회복제도를 강화하되 금융기관과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완화하고 성실 상환자와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