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처 못찾아
기업이나 개인이 쉽게 현금을 인출해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에서 당좌예금, 보통예금, 별단예금, 가계종합예금 등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은 올해 1월 현재 21.2회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2월(24.6회)보다 3.4회 적고 2007년 2월(21.0회) 이후 무려 8년11개월 만에 최저치다.
예금 회전율은 월간 예금지급액을 예금평잔액으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은행에 맡긴 돈을 인출해 사용한 횟수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지난해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평균 24.3회로 2006년(23.6회) 이후 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2010년 34.8회였던 회전율은 2011년 34.2회, 2012년 32.7회, 2013년 28.9회, 2014년 26.7회에 이어 5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작년 회전율 24.3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33.0회)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낮은 것은 저금리 장기화로 시중의 유동성은 풍부해졌지만, 불확실한 경기 상황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1월 시중통화량(M2·광의통화)은 2천261조4천억원(평잔·원계열 기준)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8.1%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에 정기예·적금 등 저축성예금을 합한 전체 은행예금의 회전율은 올해 1월 3.7회로 작년 5월(3.5회) 이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시중에서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현금의 신용창출 지표도 떨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중통화량(M2)을 중앙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로 나눈 값인 통화승수는 2008년 7월에 27.3배까지 올랐다가 이후 계속 하락해 2014년 11월에는 19.5배를 기록했다.
올해 1월에는 17.2배 수준으로 하락했다.
연초 중국의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급락 등의 영향으로 금융시장과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리가 매우 낮아 가계나 기업이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요구불예금 회전율과 통화승수 등 여러 지표를 보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과거보다 약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최근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강조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 직후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환율경로, 자산경로를 통한 기준금리의 인하 효과는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