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추락기 ‘디아이싱’ 장비없어…“이륙 이해불가”

김포공항 추락기 ‘디아이싱’ 장비없어…“이륙 이해불가”

입력 2016-02-29 08:55
수정 2016-02-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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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서 훈련용 경비행기 이착륙 위험하단 지적도

“눈·얼음을 녹이는 장비도 없는 비행기가 야간에 왜 이륙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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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서 경비행기 추락.
김포공항서 경비행기 추락. 28일 오후 6시 32분쯤 경비행기가 추락한 김포공항의 사고 현장을 소방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29일 항공전문가와 현직 조종사들은 28일 저녁 김포공항에서 발생한 경비행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이해 불가’라며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고기는 조종사 훈련업체인 한라스카이에어 소속 세스나(C-172S) 경비행기다.

미국에서 제작한 세스나기는 조종사 훈련용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대중적이고, 저렴하다. 1대당 4억원 안팎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항공대, 한서대 등이 조종사 훈련용으로 세스나기를 쓰고 있다. 국내에 등록된 세스나사 제작 항공기는 130대이고 이중 추락한 C-172S가 74대다.

하지만 날개와 동체표면에 붙은 눈과 얼음을 제거하는 디아이싱 장비가 장착돼 있지 않다.

여객기는 뜨면서부터 엔진에서 발생한 열 등을 이용해 눈과 얼음을 녹이게 돼 있는데 세스나기에는 그러한 장치가 없는 것이다.

세스나기는 매뉴얼에 ‘아이싱이 예상되면 운항하지 말라’고 돼 있다.

전문가들은 “비행기에 쌓인 눈을 치웠고 이륙 당시 눈이 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륙 후 상공에서 수분과 온도의 조합으로 아이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날씨도 안좋은데 굳이 야간비행 이륙허가를 내줬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날 서울에는 적설량 4.6cm의 함박눈이 내렸다.

사고기는 전날 오후 6시 30분 관제탑의 허가를 받고 이륙하자마자 추락해 교관 이모(38)씨와 훈련생 조모(33)씨 모두 숨졌다. 사고기는 4인승이지만 2명만 탔다.

국토교통부는 조종사 과실·정비불량·기체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세스나기는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사설 비행교육원 한라스카이에어의 재정상태 악화에 따른 정비불량 가능성도 제기한다.

교육비를 환불받지 못하거나 비행교육 시간을 제대로 채워주지 않는 등 문제로 ‘한라스카이에어 피해자 모임’ 웹사이트가 개설된 상태다. 1인당 많게는 1천만원 이상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피해자 모임 게시판에는 ‘공항사용료 연체금액이 억대에 육박해 언제 비행금지될지 모른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아울러 여객기와 화물기가 수도 없이 운항하는 김포공항에 조종사 훈련용 경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자체가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하면서 국제선 시설이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이전하자 유휴시설을 이용하자는 취지로 한라스카이에어처럼 사설 비행교육원들이 입주했다.

전문가들은 “여객기가 이륙하면서 생기는 와류(공기 소용돌이)가 몇 분간 활주로 주변 상공에 남아있을 수 있는데 경비행기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조종 훈련’에는 늘 사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는 2014년부터 비행교육원을 양양공항, 무안공항 등으로 이전하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비행교육원은 지방으로 이전하면 당장 교육생 모집에 타격을 입기에 계속해서 김포공항에 남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김포공항에는 사설 비행교육원 8개 업체가 있고 운항가능 항공기는 17대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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