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가장 많이 악용된 약물은 ‘졸피뎀’

성범죄에 가장 많이 악용된 약물은 ‘졸피뎀’

입력 2016-02-28 10:34
수정 2016-02-2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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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으로 제조돼 의사 처방 없이 유통 문제

#1. 30대 최모씨는 전 직장동료인 A씨(25·여)와 술을 마시다 알약 한 정을 비타민으로 속여 먹게 했다. A씨는 곧 정신을 잃었다. 최씨는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신체를 몰래 촬영했다. 최씨는 경찰에 붙잡혔고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 40대 카페 업주 손모씨는 여종업원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성폭행했다. 손씨의 악행은 무려 16명에게 41차례나 반복됐다. 피해 여성 상당수는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었다. 손씨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건에서 공통으로 사용된 약물은 ‘졸피뎀’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06∼2012년에 의뢰된 진정제 성분 약물 관련 성범죄 148건을 분석한 결과 졸피뎀을 사용한 경우가 31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2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대한약학회 학술지 ‘약학회지’에 게재됐다.

마약성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은 물과 함께 1정을 복용했을 때 30분 내에 효과가 나타난다. 비교적 작용이 빠르고 체내에서 분해되는 속도도 빠른 편이다.

그러나 술과 함께 먹거나 과다하게 복용하면 기억을 잃거나 환각 증세까지 일으킬 수 있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량만 복용하는 것이 필수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이상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 과장은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에 빠뜨려 성폭행할 목적으로 이 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의약품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처방하는 의사나 약을 취급한 약사가 모두 기록을 보존해야 하는 등 취급이 까다롭다.

식약처는 지난해 9월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해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졸피뎀은 불법으로 제조된 의약품이 의사 처방 없이 인터넷에서 무차별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졸피뎀은 외국에서도 술이나 고카페인 음료랑 섞은 상태에서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며 “술과 함께 복용하면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생명까지 위험할 수가 있다”고 경고했다.

임 교수는 또 “의심스러운 자리에서 평소 주량보다 극심하게 어지럽거나 졸립고, 몸에 힘이 없는 느낌이 든다면 경계심을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졸피뎀 이외에도 ‘로라제팜’(12건), ‘알프라졸람’(9건) 등 ‘벤조디아제핀’ 계열 진정제, 졸음이 부작용인 ‘항히스타민제’ 계열인 ‘클로르페니라민’(19건) 등이 성폭행에 악용되는 경우가 있었다.

한편 연구진이 이 기간에 의뢰된 약물 관련 성범죄 555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의 평균 연령은 25세, 최고 연령은 74세였다. 20∼29세 피해자 비율이 전체의 48%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19세 이하 미성년자 피해자도 126명으로 23%에 이르렀다.

약물 관련 성범죄는 57%가 숙박시설이나 유흥업소에서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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