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동영상 캡처.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인(의사결정 대리인)이 필요한지 따지기 위한 정신 감정이 임박한 가운데,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영상을 통해 “아버지가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미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 여러가지 정황에서 의심을 받고 있는데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수 개월동안 전적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측 인사들에 둘러싸여 ‘보필’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동영상 속 신 총괄회장의 진술 내용이 성년후견인 심리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전망이다.
이날 일본어 웹사이트(http://www.l-seijouka.com)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에는 ‘롯데 창업자 신격호의 롱(긴) 인터뷰’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인터뷰는 ‘질문 자막-신격호 총괄회장 답변 영상’의 형태로 편집됐고 모두 12가지 질문과 답변이 이뤄졌다. 영상 속 신 총괄회장은 카디건을 어깨에 두른 채 탁자 맞은 편에 앉아 인터뷰에 응했다.
첫번째 “경영권문제로 롯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롯데홀딩스(롯데그룹 지주회사격) 후계자에 관한 생각을 들려주십시요”라는 질문에 신 총괄회장은 “장남인 신동주가 후계자이고 이건 일본, 한국 마찬가지 아닌가. 이것이 상식이다. 다른 사람이 하면 신용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나머지 질문은 대부분 과거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과 창업 과정 등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은 결국 여동생이 신 총괄회장의 의사 결정을 대리할 ‘성년후견인’ 지정을 법원에 요청할만큼 논란거리가 됐고, 지난 3일 열린 첫 성년후견인 지정 관련 심리에 신 총괄회장이 직접 출석해 진술했음에도 결국 정밀 정신감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편집된 인터뷰 동영상을 이미 작년에도 공개한 바 있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제3자가 배석한 가운데 자유로운 질의, 응답으로 진행되는 인터뷰가 아니라, 제한된 공간에서 이뤄진 인터뷰를 편집해서 성년후견인 심리를 앞두고 공개하는 저의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8월초에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제가 둘째아들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 한국롯데홀딩스 대표(일본롯데홀딩스를 잘못 말함)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공개했지만, 경영권 분쟁의 국면을 바꾸지는 못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