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 대금 일부 인출 알려져
“국내 다른 은행 물색하는 듯” 분석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이란과의 교역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정부와 민간이 ‘제2의 중동 특수’ 준비에 발 벗고 나선 가운데 이란 중앙은행이 2010년 이후 국내 은행 계좌에 동결돼 있던 석유 수출 대금의 일부를 최근 인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이란 중앙은행이 국내 은행에 예치된 자금 일부를 인출하겠다고 해당 은행에 요청했다”면서 “인출 요청 액수는 전체 금액 가운데 극히 일부로 양국 간 교역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 뒤 한국·이란 간 교역 대금 결제는 별도의 ‘원화 풀(Pool)’을 활용하는 다소 복잡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금융 거래가 엄격히 제한된 상황에서 한·이란 당국은 고심 끝에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 계좌를 개설했고, 이 계좌를 매개로 교역 대금을 처리했다. 수입의 경우 국내 정유사가 이란의 석유회사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면 대금을 이란에 보내는 대신 원화 계좌에 입금했다. 입금 사실이 이란 중앙은행에 통보되면 이란 중앙은행은 현지 화폐(리얄)로 자국 석유회사에 대금을 내줬다.
반대로 수출의 경우 국내 수출기업이 이란에 제품을 수출하면 이란 수입회사는 이란 중앙은행에 리얄화로 대금을 지급하고, 국내 수출기업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이란 중앙은행 계좌에서 수출 대금을 받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계좌의 잔액을 3조~4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은 최근 이 계좌에서 일부 금액을 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그 규모를 ‘한강의 돛단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란 중앙은행이 가진 두 국내 은행의 전체 예금 규모에서 유의미한 액수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란이 복구 사업을 위한 자금 융통이나 약세인 원화를 대체할 통화를 찾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원화를 빼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 줄 국내 다른 은행을 물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예금 계좌 개설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다른 어느 은행을 가도 지금의 국고채 금리 수준보다는 많은 이자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국내 다른 은행 물색하는 듯” 분석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이란과의 교역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정부와 민간이 ‘제2의 중동 특수’ 준비에 발 벗고 나선 가운데 이란 중앙은행이 2010년 이후 국내 은행 계좌에 동결돼 있던 석유 수출 대금의 일부를 최근 인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이란 중앙은행이 국내 은행에 예치된 자금 일부를 인출하겠다고 해당 은행에 요청했다”면서 “인출 요청 액수는 전체 금액 가운데 극히 일부로 양국 간 교역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 뒤 한국·이란 간 교역 대금 결제는 별도의 ‘원화 풀(Pool)’을 활용하는 다소 복잡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금융 거래가 엄격히 제한된 상황에서 한·이란 당국은 고심 끝에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 계좌를 개설했고, 이 계좌를 매개로 교역 대금을 처리했다. 수입의 경우 국내 정유사가 이란의 석유회사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면 대금을 이란에 보내는 대신 원화 계좌에 입금했다. 입금 사실이 이란 중앙은행에 통보되면 이란 중앙은행은 현지 화폐(리얄)로 자국 석유회사에 대금을 내줬다.
반대로 수출의 경우 국내 수출기업이 이란에 제품을 수출하면 이란 수입회사는 이란 중앙은행에 리얄화로 대금을 지급하고, 국내 수출기업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이란 중앙은행 계좌에서 수출 대금을 받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계좌의 잔액을 3조~4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은 최근 이 계좌에서 일부 금액을 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그 규모를 ‘한강의 돛단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란 중앙은행이 가진 두 국내 은행의 전체 예금 규모에서 유의미한 액수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란이 복구 사업을 위한 자금 융통이나 약세인 원화를 대체할 통화를 찾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원화를 빼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 줄 국내 다른 은행을 물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예금 계좌 개설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다른 어느 은행을 가도 지금의 국고채 금리 수준보다는 많은 이자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6-01-29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