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은행권, 빗장 풀린 이란과의 금융거래 확대에 잰걸음

정부·은행권, 빗장 풀린 이란과의 금융거래 확대에 잰걸음

입력 2016-01-28 09:16
수정 2016-01-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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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진 30일부터 이란 방문…결제통화 확대 문제 논의

핵 문제가 원만하게 풀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늘리기 위한 정부와 은행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등 정부와 우리·기업은행 등 금융권 과·차장급 실무자들이 오는 30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한다.

이들은 이란 중앙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기존 원화 결제 시스템 유지, 유로화 등 다른 국제통화를 이용한 결제 확대 문제 등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금융권이 이란을 찾아 실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7일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자유롭게 이란을 상대로 한 무역과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란과의 금융거래는 여전히 제한적으로만 이뤄진다.

이란과의 금융거래 때 적용되던 한국은행 허가제는 즉각 중단됐으나 미국의 제재법령 때문에 달러화 사용은 계속 금지되고 있다.

지금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한 원화 결제로 이란과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2010년 제재 당시 우리 정부는 보완조치로 두 은행에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원화계좌를 개설해 대이란 수출입 대금을 결제하도록 했다.

정부는 그동안 활용해온 원화 결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로화 등 다른 통화로도 이란과 결제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25일 이란 교역·투자 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지금은 달러화 거래가 불가능하고 원화만 가능한데, 유로화 등 다른 국제통화로 거래할 결제시스템의 보완이 중요하다”며 “이란과 협의해야 하는 사항이라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기존 원화결제는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다양한 결제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발맞춰 시중은행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본점에 이란 교역·투자 지원센터를 연 우리은행은 이란 시장 조사를 위한 인력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지점이나 사무소가 없는 나라 중에서 잠재력이 큰 시장을 발굴하기 위해 운영하는 ‘글로벌 지역전문가’를 올 상반기 중 이란에 보내 현지 상황을 살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5일부터 서울 을지로 본점에 이란 수출입·상담 지원 창구를 설치, 이란 관련 업무 담당자가 이란과 교역하는 기업을 상대로 대금결제 방법과 정부지침·유의사항 등을 안내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내달 16일 본점 대강당에서 이란과 교역하는 기업 실무자들을 위한 설명회도 개최한다.

KEB하나은행은 조만간 이란 현지은행과의 네트워크(계좌 거래)를 복원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문을 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지점을 ‘아랍권 금융 허브’로 삼아 이란을 포함한 중동 지역 금융시장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밖에 내달 말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한·이란 경제 공동위원회’에 참석할 경제사절단에 KEB하나·기업·수출입은행 등의 실무진이 기업과의 협력 증진 차원에서 동행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다만 아직 이란 현지 금융시장으로의 직접 진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란은 감독당국의 자본금 규제 장벽이 낮아 진출 자체에 어려움은 없지만 시장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이 제재 해제를 계기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원화로 예치된 석유 수출대금을 일부 빼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부인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이 한국 계좌에서 돈을 빼간다거나 국내에 개설된 계좌의 금액 규모(잔고)를 축소한다고 한 적이 없다”며 “원화 계좌에서 돈을 빼가게 되면 이란과의 무역 결제가 어려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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