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방향 설정은 긍정적…구조적 해결책 다소 미흡”
정부 경제관련 부처가 1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해 업무계획에는 우리 경제의 양대 축을 이루는 내수와 수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대강의 전략이 담겼다.이는 대내외 경제여건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박근혜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에 대한 국민 체감도를 높이는 일과도 연관돼 있다.
정부는 재정 등 공공자금 조기 투입을 늘리는 한편 구조적인 소비 제약 요인을 없애고자 소비 여력을 확충할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수출 증대의 발판으로 삼을 방안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구조개혁의 성과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점은 긍정적으로 봤지만 단기 성과에 치중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 경제혁신계획 3년 차인데 낮기만 한 국민 체감도
정부는 경제혁신 계획 3년 차를 맞은 올해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 연금 개혁, 노사정 대타협 등 소기의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국민이 개혁 성과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라는 악재성 변수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고 수출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생산가능 인구마저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내수 위축도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수와 수출 어느 한 쪽도 소홀히하지 않으면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를 구체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수출 구조와 지원체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다양한 규제 개혁과 소비여건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내수활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 수출지원 체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은 지난해 11개월 연속으로 줄면서 경제성장률을 깎아 먹었다.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고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유가 급락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정부는 수출 전략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짜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외 여건이 뚜렷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을 살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작년 말 발효된 한·중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2만5천여 곳의 대중(對中) 수출기업을 상대로 정보·교육·컨설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의약품 품질검사 등 비관세 장벽을 없애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새만금 한중 산업협력단지를 중국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아 올해 중국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로 했다.
통관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방식으로 김치, 쌀과 김, 어묵, 연어 등 ‘프리미엄 농수산식품’의 수출 문턱도 낮출 계획이다.
화장품, 식료품, 생활용품, 유아용품, 패션의류 등 5대 유망 소비재 업종에는 연구·개발(R&D)과 마케팅을 지원한다.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수출경쟁력 강화 대책도 내놨다.
내수기업에 대해 수입 부가세 납부 유예제도 등을 적용해 수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글로벌 온라인몰 입점 지원을 확대해 전자상거래 수출 지원에도 나선다.
◇ 내수활력 유지, 소비여건 개선·규제개혁으로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수 활성화에도 방점이 찍혔다.
올 상반기에 나타날 수 있는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해서는 재정을 조기 집행해 대응하기로 했다.
재정 여력은 세출 구조조정, 공공기관 부채 감축 등 공공개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지난해 내수 회복을 위해 도입한 코리아 그랜드 세일, 코리아 블랙프라이 데이 행사를 올해에도 열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를 촉진할 계획이다.
구조적인 소비 제약에는 가계소득 증대세제를 보완하고 주택·농지연금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공공임대 주택, 주거 급여, 전월세·구입자금 지원 등으로 모두 113만 가구에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은 서민주거 안정을 도모해 소비 여력을 확충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종합적인 외국인 정책을 수립해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규제프리존 도입과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 투자로 민간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상반기 내로는 서비스경제 발전 전략을 마련해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와 지원 체제를 새롭게 정비할 방침이다.
1천200조원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관리하고 기업활력법 제정 등으로 기업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 “방향 설정 긍정적” vs “구조적·중장기적 대책 미흡”
전문가들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로 성과를 내고 이에 대한 국민 체감도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기존 정책의 성과를 맺어야 할 때”라며 “업무보고의 방향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틀 속에서 추진됐던 내용이고 생소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 연구위원과 백 교수는 성과를 중시하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이 빠진 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대책이 주를 이루고 구조적이고 중장기적인 내수활성화 여건 개선이나 수출구조 재편 전략 측면에선 다소 미흡한 느낌”이라며 “1∼2년차에 시행한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도 제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경제활성화를 추진할 수단이 미흡한 게 눈에 띄고 오히려 추진했을 때 부작용이 예상되는 것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백 교수는 “규제프리존 같은 경우는 친환경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올해 안에 효과가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다”며 “그간 꾸준히 해온 재정 조기집행을 확대한다는 것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자 했다면 더 구체적인 대책이 나왔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연구위원은 “올 1분기에 소비절벽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어린이날에 즈음한 임시 공휴일 지정 같은 좀 더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가계부채와 관련해선 총량규제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