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특례조항 보유기간 요건 갖추지 못했다”엘리엇이 주주제안 관련 소송 내면 원고 적격 다툴 가능성
법원이 1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그 이사진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판단의 쟁점으로 삼은 대목은 크게 두 부분이다.하나는 엘리엇이 상법상 유지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는 주주로서의 요건을 갖췄느냐이고, 두 번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불공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느냐이다.
상법상 ‘유지(留止)청구권’이란 이사가 법령·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해 불이익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 주주가 그런 행위를 중지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 이사진이 제일모직과 ‘위법한 합병’을 추진하려 하므로 이에 맞서 주주의 유지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가처분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삼성물산 이사진에 대한 신청은 모두 각하했다. 엘리엇이 그런 주장을 펼 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지청구권 조항은 상법상 일반조항과 특례조항이 있다.
일반조항은 발행주식 1% 이상을 가진 주주라면 누구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은 당연히 자격이 있다.
하지만 2009년 개정돼 상법에 편입된 특례조항은 ‘자본금 1천억원 이상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전부터 발행주식 10만분의 25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규정해놓고 있다.
재판부는 “특례조항이 일반조항에 우선해 적용되는 취지로 보인다”면서 “주식거래가 용이한 상장회사에서는 주식을 취득해 바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하고 처분하는 식으로 주주권이 악용될 우려가 있어 비상장사와 달리 보유기간 요건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올해 2월 무렵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매집한 엘리엇의 경우 ‘6개월 보유기간’을 채우지 못해 부적격이라는 취지의 판단이다.
법조계에서는 비슷한 논리가 적용되는 주주제안권과 관련해서도 엘리엇의 자격 시비가 재연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엘리엇은 주주제안을 통해 삼성물산에 현물배당·중간배당을 요구했다.
주주제안권도 유사한 구조의 상법상 일반조항과 특례조항이 있다.
일반조항은 3% 이상 주주가 누구든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특례조항은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전부터 발행주식 1천분의 10 이상 주식을 보유해야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특례조항이 일반조항에 앞서는 것으로 해석하면 엘리엇의 주주제안 자격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엘리엇의 중간배당·현물배당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만큼 엘리엇이 만일 배당 문제로 다른 소송을 내게 되면 다시 이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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