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소버린 분쟁’ 겪나…과거 사례들 주목

삼성물산 ‘소버린 분쟁’ 겪나…과거 사례들 주목

입력 2015-06-04 11:33
수정 2015-06-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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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외국인 분쟁 적잖아…삼성물산 2004년에는 헤르메스와 분쟁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외국자본의 공격을 받으면서 외국인 주주와 상장사 간 분쟁이 다시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경영 참여’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1천112만5천927주)를 취득해 보유하고 있다고 4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 일각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퍼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펀드의 경영 참여 선언으로 경영권 분쟁이나 적대적인 인수.합병(M&A) 이슈가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을 비롯한 삼성 계열사 의 주가는 급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국내 재벌 대기업에 대해 지분 대량 취득의 방식으로 직접적인 공격에 나선 것은 2000년대 들어 심심치 않게 발생해왔다.

과거 사례 중 SK에 대한 소버린자산운용의 공격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지난 2003년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SK의 최대주주로 부상해 최태원 SK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고 나서며 법정공방까지 벌였다.

외국계 자본의 삼성물산에 대한 공격도 2000년대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2004년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의 지분 5%를 사들여 우선주 소각을 요구하면서 경영 분쟁을 일으킨 사례다. 당시 호주의 플래티넘 등 다른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가세하면서 20%를 밑돌던 외국인 보유 지분율은 1년 만에 46%까지 확대됐고 삼성그룹은 최대주주인 삼성SDI를 앞세워 지분을 확충하고 연합세력을 규합해 사실상 총성 없는 전쟁을 치렀다.

이밖에 KT&G는 영국계 펀드인 TCI와 미국의 큰 손인 칼 아이칸 등 외국계 주주와 법정공방 등 경영권 분쟁을 겪었고 국내 일부 상장 해운사들도 노르웨이 해운사 골라LNG 등 유럽계 주주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은 대부분 국내 기업의 상처뿐인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외국인 주주의 공격을 받은 재벌그룹 대기업들은 경영권을 방어하려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일부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면 지분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일도 있었다. 삼성물산과 전쟁을 치른 헤르메스도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아치우고 떠났다. 당시 헤르메스는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당시 분쟁을 계기로 삼성물산은 영국 런던 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시켰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자와 대기업 간 분쟁이 자주 벌어지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 자본시장이 대거 개방되고서 국내 대기업이 외국인 주주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요구 등 경영 간섭을 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수가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한국 특유의 지배구조 문제도 영향을 주고 있다. 총수의 이익과 다른 주주나 회사 이익이 일치하지 않을 때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지분을 대량 매집해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 언제든 분쟁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 상장사들도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 친화적인 경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주주 입장에선 주가가 많이 오르고 배당을 많이 받으면 된다”며 “대다수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가와 국내 대형 상장사 간 갈등은 대부분 지배구조 문제 때문이거나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가 불일치한 데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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