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전망 vs 인하 기대감 ‘팽팽’…경기진단이 좌우할 듯
이전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더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추가 인하로 미약한 경기개선 흐름을 뒷받침할 것인가?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금통위는 오는 15일 오전 9시 회의를 열어 5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날 회의에선 동결과 추가 인하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미약하나마 동결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동결과 인하를 예상하는 쪽엔 나름의 명확한 근거와 논리가 있다.
동결 전망의 최대 근거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정책 당국의 수장들이 최근 잇따라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 경기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제주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2분기에는 1% 이상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2분기로 접어들면서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가 실물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달 초에도 “회복세가 미약하지만 이어지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확장적 기조를 더 강화할지, 아니면 유지하는 데 그쳐야 할지에 대한 판단은 경기 흐름을 더 지켜보고 상반기 끝 무렵에 가서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도 지난달 말 경제동향간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에 미약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올 2분기의 경기 흐름이 앞으로 회복세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준금리를 당장 추가 인하하기보다는 미미하게나마 나타나고 있는 경기 개선 흐름을 좀 더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한은이 연 1.75%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기보다는 4월과 5월의 경제지표 흐름을 보고 나서 더 인하할지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의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의 팽창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기존 부채부담과 더불어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제약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연내에는 현 기준금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채권시장에선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8%로 예상했던 수준에 부합하자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줄면서 채권금리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6월 중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전망했었으나 4월 금통위 의사록을 확인한 뒤 2분기 중에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다”면서 “아직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가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발표된 경제지표를 보면 금리 인하를 미룰 상황이 아니어서 이달에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만만치 않은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소비와 투자, 수출입, 물가 등이 대부분 마이너스 또는 지극히 부진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므로 실기(失期)하기 전에 기준금리를 더 낮추어 미약한 경기개선의 흐름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3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6%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6% 줄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고 4월 수출과 수입은 작년 같은 달보다 각각 8.1%, 17.8% 감소했다.
이처럼 부진한 경기를 살리려면 또다시 기준금리를 하향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하 쪽으로 전망하는 분석가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9일 열렸던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소수의견으로 금통위원 7명 중 1명이 추가 인하를 주장한 점도 시장에선 추가인하의 불씨가 살아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노무라의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에 대한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