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첫날 은행창구 가보니

안심전환대출 첫날 은행창구 가보니

이유미 기자
입력 2015-03-25 00:10
수정 2015-03-2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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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 넘기전 갈아타자” 이른 새벽부터 대기줄…최장 3시간 기다렸는데 자격 안돼 돌아서기도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24일 전국 시중은행 영업점은 하루 종일 고객들 발길이 이어지며 북새통을 이뤘다. 연 2%대 최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푼이라도 이자를 아끼려는 고객들의 관심이 집중되어서다.

도심의 직장가나 서울 목동, 경기도 일산·분당 등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대출 조기 소진을 우려한 고객 10여명이 새벽부터 영업점 앞에 줄을 서고 대기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평소 영업점을 찾는 고객 숫자가 적어 번호표 기계조차 마련해 두지 않았던 영업점들은 밀려드는 고객에게 손으로 적은 번호표를 나눠 주기도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전날 “대출 수요가 몰리면 월 한도 제한(5조원) 없이 유연하게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확정 발표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 이미 4조원 가까이 나가 25일이면 당초 한도가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출시 이틀 만에 조기 완판(완전판매)이 확실시되는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국민은행 남대문로지점을 찾은 양모(38)씨의 손에 들려 있는 번호표는 16번이었다. 양씨는 “출근 직후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근처 영업점에 갔는데 대기번호가 32번이어서 부랴부랴 이곳으로 왔다”며 “영업점에 와서야 월 대출 한도가 풀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미리 대출을 신청해 놔야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로 오전과 점심시간에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영업점은 상담까지 대기시간이 최대 3시간까지 걸렸다. 명동 인근의 A은행 영업점을 방문한 안모(48)씨는 “은행 문 열기 전에 왔는데도 꼼짝 못하고 3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며 “번호표 순서대로 영업점에서 전화를 해 주면 대기시간 동안 외부에서 업무라도 볼 수 있는데 답답하다”며 영업점에 항의를 했다. 업무 중 짬을 내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들은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그냥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자격조건(대출 실행 1년이 넘은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또는 고정금리 대출 중 이자만 상환하는 경우)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영업점을 찾았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 농협은행 서대문 본점영업부에서 상담을 받은 이모(55)씨는 “현재 연 4%대 고정금리 대출을 쓰고 있는데 대출 금리를 깎아 준다는 얘기만 듣고 영업점에 왔다가 대출을 거절당했다”며 “고정금리 대출자도 이자가 부담스러운데 왜 차별을 당해야 하느냐”고 항의했다.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에 부담을 느껴 대출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김모(58)씨는 “대출 원금 2억원의 이자만 매달 60만원 가까이 상환하고 있는데 안심전환대출은 매달 원리금 120만원을 내야 한다더라”며 “월 소득이 불규칙해 감당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슬기 우리은행 상계역지점 계장은 “소득 수준이 낮거나 다가구·다세대 밀집지역 거주자는 연 4~5%대 변동금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상당수”라며 “부실 위험이 높아 (대출 전환이) 가장 필요한 고객군이지만 원금을 같이 상환하는 게 부담스러워 상담만 받고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안원경 인턴 기자 cocang43@seoul.co.kr
2015-03-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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