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호주, 캐나다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이 연내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내달 2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하기로 합의하고 13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비준안을 처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공산품의 수출이 활기를 띠지만 국내 농축수산업은 수입 증가로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 정부 “호주와 협의해 일본보다 먼저 연내 발효…시장 선점”
FTA가 비준을 받으면 상대방에 통보한 날로부터 30일 후나 양측이 별도 합의하는 시기에 발효된다.
정부 관계자는 “두 FTA에 대해 비준을 받으면 우선 호주 정부와 협의해 한·호주 FTA가 연내 발효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는 이미 자국 내 절차를 모두 마쳤다.
정부가 이처럼 서두르는 것은 일·호주 FTA의 발효 시기가 내년 초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호주 FTA에서는 발효 즉시 관세를 낮추고 그 다음해 1월 1일부터 1년 단위로 관세를 인하하게 돼 있다.
예컨대 3년 이내 관세 철폐 상품의 경우 12월에 FTA가 발효되면 그 즉시 1차 관세 인하, 2015년 1월 1일 2차 관세 인하, 2016년 1월 1일 관세 철폐의 순서를 밟는다. 그러나 내년 1월로 발효 시기가 늦춰지면 2차 관세 인하가 2016년 1월 1일, 관세 철폐가 2017년 1월 1일로 미뤄진다.
일·호주의 FTA는 발효 즉시 1차 관세 인하, 차기 회계연도 첫 날(4월 1일) 2차 관세 인하를 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연내 발효를 하면 일본보다 관세 혜택을 빨리 받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국회에 조기 비준을 촉구해왔다.
이와 달리 한·캐나다 FTA는 발효 직후 1차 관세 인하를 한 후 1년 단위로 낮추게 돼 있다. 일본과 캐나다는 아직 FTA 협상 중이다.
◇ 자동차·가전·일반기계 등 수혜…일본과 격돌
이들 FTA가 발효되면 호주는 5년 안에 품목수 기준 99.5%, 수입액 기준 100%의 관세를 없앤다. 캐나다는 10년 내 품목수 97.5%, 수입액 98.7%의 관세를 철폐한다.
호주는 소형(배기량 1천∼1천500cc)·중형(1천500∼3천cc) 휘발유 승용차를 비롯해 가전제품, 냉연강판, 일반기계 등에 붙는 5%의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대형(3천cc 이상) 휘발유 승용차, 자동차부품 등의 관세는 3년 안에 없앤다.
캐나다는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6.1%의 수입 관세를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자동차부품, 냉장고, 세탁기 등의 관세는 세부 품목에 따라 FTA 발효 즉시 또는 3년 안에 없앤다.
이 중 우리나라의 최대 수혜품목으로 주력 수출 품목인 승용차가 꼽힌다. 작년 기준 대호주 수출액 가운데 승용차가 20.5%(19억6천만 달러)를 차지했다. 대캐나다 수출에서 승용차 비중은 42.8%(22억3천만 달러)에 달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호주의 자동차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2013년 기준)은 11.2%로 3위다. 일본의 점유율은 36.7%로 1위다. 캐나다 수입차시장에서 한국은 3위를 달리며 1위 미국, 2위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호주와 캐나다에서 일본보다 먼저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공산품의 관세 인하 혜택을 받아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내년 초 호주와의 FTA를 발효하면 자동차를 포함한 호주 내수시장이 우리에게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관세 인하와 엔저를 동시에 앞세우는 상황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 모두 호주에 자동차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자원·에너지를 수입하는 똑같은 교역구조로 되어 있어 한일전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시장도 마찬가지다.
◇ 수입 문턱 낮추는 농축산…잇단 FTA 악재
이미 칠레, 미국, 유럽연합(EU) 등과의 FTA로 외국산이 밀려들어 와 어려움을 겪는 국내 농축산농가의 고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0년 안에 호주산 제품 대부분(품목수 기준 94.3%, 수입액 기준 94.6%)의 관세를 없앤다. 캐나다산 제품에 대해서는 품목수 97.5%, 수입액 98.4%의 관세를 철폐한다.
이중 호주와 캐나다의 한국시장 공략 대상은 농축산물이다.
한국은 호주산 농산물 158개 품목, 캐나다산 농산물 211개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장벽을 유지한다. 여기에는 쌀, 분유, 감귤 등 주요 민감 품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호주와 캐나다산 쇠고기에 붙는 40%의 관세는 모두 15년에 걸쳐 철폐한다. 2030년이 되면 두 나라 쇠고기가 동시에 무관세로 들어와 우리 식탁에 오른다.
돼지고기의 경우 호주산은 냉동을 제외하고 10년 안에, 캐나다산은 5∼10년 안에 관세를 없앤다.
작년 기준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의 점유율은 호주산이 약 55%로 1위를 차지했다. 수입 돼지고기 시장에서는 캐나다산이 약 14%로 2위다. 이들 외국산은 관세마저 사라지면 국내 시장을 더욱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산 포도주, 연어, 아몬드 등은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에 수입 증가와 가격 인하가 전망된다.
정부는 2조1천억원 규모의 농축수산 피해 대책을 이미 세운 가운데 각종 지원자금의 금리 인하, 피해보전직불제 보전기한 연장 등 보완책을 마련해 수입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뉴스
여야가 내달 2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하기로 합의하고 13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비준안을 처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공산품의 수출이 활기를 띠지만 국내 농축수산업은 수입 증가로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 정부 “호주와 협의해 일본보다 먼저 연내 발효…시장 선점”
FTA가 비준을 받으면 상대방에 통보한 날로부터 30일 후나 양측이 별도 합의하는 시기에 발효된다.
정부 관계자는 “두 FTA에 대해 비준을 받으면 우선 호주 정부와 협의해 한·호주 FTA가 연내 발효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는 이미 자국 내 절차를 모두 마쳤다.
정부가 이처럼 서두르는 것은 일·호주 FTA의 발효 시기가 내년 초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호주 FTA에서는 발효 즉시 관세를 낮추고 그 다음해 1월 1일부터 1년 단위로 관세를 인하하게 돼 있다.
예컨대 3년 이내 관세 철폐 상품의 경우 12월에 FTA가 발효되면 그 즉시 1차 관세 인하, 2015년 1월 1일 2차 관세 인하, 2016년 1월 1일 관세 철폐의 순서를 밟는다. 그러나 내년 1월로 발효 시기가 늦춰지면 2차 관세 인하가 2016년 1월 1일, 관세 철폐가 2017년 1월 1일로 미뤄진다.
일·호주의 FTA는 발효 즉시 1차 관세 인하, 차기 회계연도 첫 날(4월 1일) 2차 관세 인하를 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연내 발효를 하면 일본보다 관세 혜택을 빨리 받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국회에 조기 비준을 촉구해왔다.
이와 달리 한·캐나다 FTA는 발효 직후 1차 관세 인하를 한 후 1년 단위로 낮추게 돼 있다. 일본과 캐나다는 아직 FTA 협상 중이다.
◇ 자동차·가전·일반기계 등 수혜…일본과 격돌
이들 FTA가 발효되면 호주는 5년 안에 품목수 기준 99.5%, 수입액 기준 100%의 관세를 없앤다. 캐나다는 10년 내 품목수 97.5%, 수입액 98.7%의 관세를 철폐한다.
호주는 소형(배기량 1천∼1천500cc)·중형(1천500∼3천cc) 휘발유 승용차를 비롯해 가전제품, 냉연강판, 일반기계 등에 붙는 5%의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대형(3천cc 이상) 휘발유 승용차, 자동차부품 등의 관세는 3년 안에 없앤다.
캐나다는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6.1%의 수입 관세를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자동차부품, 냉장고, 세탁기 등의 관세는 세부 품목에 따라 FTA 발효 즉시 또는 3년 안에 없앤다.
이 중 우리나라의 최대 수혜품목으로 주력 수출 품목인 승용차가 꼽힌다. 작년 기준 대호주 수출액 가운데 승용차가 20.5%(19억6천만 달러)를 차지했다. 대캐나다 수출에서 승용차 비중은 42.8%(22억3천만 달러)에 달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호주의 자동차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2013년 기준)은 11.2%로 3위다. 일본의 점유율은 36.7%로 1위다. 캐나다 수입차시장에서 한국은 3위를 달리며 1위 미국, 2위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호주와 캐나다에서 일본보다 먼저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공산품의 관세 인하 혜택을 받아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내년 초 호주와의 FTA를 발효하면 자동차를 포함한 호주 내수시장이 우리에게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관세 인하와 엔저를 동시에 앞세우는 상황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 모두 호주에 자동차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자원·에너지를 수입하는 똑같은 교역구조로 되어 있어 한일전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시장도 마찬가지다.
◇ 수입 문턱 낮추는 농축산…잇단 FTA 악재
이미 칠레, 미국, 유럽연합(EU) 등과의 FTA로 외국산이 밀려들어 와 어려움을 겪는 국내 농축산농가의 고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0년 안에 호주산 제품 대부분(품목수 기준 94.3%, 수입액 기준 94.6%)의 관세를 없앤다. 캐나다산 제품에 대해서는 품목수 97.5%, 수입액 98.4%의 관세를 철폐한다.
이중 호주와 캐나다의 한국시장 공략 대상은 농축산물이다.
한국은 호주산 농산물 158개 품목, 캐나다산 농산물 211개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장벽을 유지한다. 여기에는 쌀, 분유, 감귤 등 주요 민감 품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호주와 캐나다산 쇠고기에 붙는 40%의 관세는 모두 15년에 걸쳐 철폐한다. 2030년이 되면 두 나라 쇠고기가 동시에 무관세로 들어와 우리 식탁에 오른다.
돼지고기의 경우 호주산은 냉동을 제외하고 10년 안에, 캐나다산은 5∼10년 안에 관세를 없앤다.
작년 기준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의 점유율은 호주산이 약 55%로 1위를 차지했다. 수입 돼지고기 시장에서는 캐나다산이 약 14%로 2위다. 이들 외국산은 관세마저 사라지면 국내 시장을 더욱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산 포도주, 연어, 아몬드 등은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에 수입 증가와 가격 인하가 전망된다.
정부는 2조1천억원 규모의 농축수산 피해 대책을 이미 세운 가운데 각종 지원자금의 금리 인하, 피해보전직불제 보전기한 연장 등 보완책을 마련해 수입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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