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복병 또 등장…수출기업 주가 어쩌나

엔저 복병 또 등장…수출기업 주가 어쩌나

입력 2014-11-03 00:00
수정 2014-11-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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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주춤했던 엔저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국내 증시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3일 일본 시장이 휴장한 가운데 오전 호주 시드니,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환율이 2007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달러당 112.9엔대까지 치솟았다.

지난주말 일본은행이 ‘깜짝’ 금융완화 확대에 나섰고 이제는 시간문제가 된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미국·일본의 금리차 확대가 예상되면서 엔저는 한동안 꺾이지 않는 추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은 내년 소비세 추가 인상, 금리 상승 가능성 등으로 금융완화를 추가로 확대할 수 있다”며 “반면 한국은 막대한 경상흑자, 내수회복 등으로 원화강세 기조로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엔저가 단기적인 타격을 가할 수는 있더라도 엔화 약세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은 상존한다.

수출에 결정적 요인이 아닌 하나의 환경요인일 뿐, 수출 대상국의 경기가 더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윤영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조금 생각을 비틀어 보면 현 상황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중립적이거나 오히려 호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 수출 경제에는 미국이나 중국, 유럽과 같은 주요 수출국의 소비 경제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엔저가 국내 부양 기조 강화에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서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윤영교 연구원은 “최근 세수 부족으로 재정적자 규모 확대 위험이 커지면서 국내 정책 추진력이 의심받고 있다”며 “엔 약세 가능성 확대는 재정적자를 감내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는 원화의 상대적인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팀장도 “엔저의 공포에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수단이 없는 현재 여건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압박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날마다 심리전이 펼쳐지는 주식시장에서 수출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더 크다.

세계 경기가 선진국의 부양책으로 근근이 버틸 뿐 뚜렷한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았고 기업 실적과 같은 내부적 문제도 남았으므로 엔저라는 상황 자체가 투자자들에 부담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출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올해 자동차·부품, 반도체·장비, 기계, 화학, 에너지, 조선 업종은 달러·엔 환율 상승 시 하락 압력이 컸다”고 지적했다.

환율 요인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대표적인 업종인 자동차주는 당장 반응하고 있다.

현대차는 오전 9시 31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5.88%, 기아차는 4.03% 하락했다.

업종별로 KRX 자동차 지수가 3.82% 급락했으며 KRX 에너지화학 지수는 0.74%, KRX 반도체 지수는 0.25%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1,900선 가까이에서 기어가다가 지난주말 1,960선까지 겨우 회복한 코스피 역시 다시 부담을 안게 됐다.

이경민 연구원은 “이들 업종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43%에 달해 코스피 단기 변동성 확대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흔들렸던 원인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기업의 기초 체력에 다시 우려가 생긴 것이므로 다른 상승 요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수출기업의 영업환경이 악화했으므로 투자심리를 긍정적으로 바꾸려면 실적을 통해 의구심을 완화해야 하는데 3분기 실적시즌이 지나자마자 엔저가 심해져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4분기 실적이 나올 때까지는 정책이나 소비 개선에 대한 기대감 등 다른 상승 요인이 있어야 한다”며 “국내 주요기업 업황이나 실적 의구심을 긍정적으로 바꿀 대내외 모멘텀이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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