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속도 내는 삼성

‘3세 경영’ 속도 내는 삼성

입력 2014-10-29 00:00
수정 2014-10-29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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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생명·화재 지분 0.1%씩 매입 추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화재의 지분을 0.1%씩 사들이기로 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룹 출자 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을 보다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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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지난 6월 말까지 보유하던 삼성자산운용 지분(7.7%)을 삼성생명에 매각하면서 확보한 현금 252억원으로 삼성생명·화재의 지분을 사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 당국의 승인 절차가 진행 중으로 이르면 29일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금융계열사와 처음 지분 관계를 맺게 된다. 삼성생명의 주주 구성(올 6월 기준)을 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76%로 1대 주주고 제일모직(옛 에버랜드·19.34%), 삼성문화재단(4.68%), 삼성생명공익재단(2.18%)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금융계열사는 물론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양대 축의 주요 주주다.

특히 이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 지분 가치는 약 4조원으로 삼성전자 지분 가치(5조 4000억원)보다는 작지만 이 회장이 1대 주주로 등재된 유일한 삼성 계열사라는 의미도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번 지분 획득이 향후 3~5년여에 걸쳐 이뤄질 3세 체제 만들기의 한 과정”이라면서 “0.1% 지분 보유 자체보다 이 부회장이 앞으로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맡는다는 신호를 대내외에 보냈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승계 과정에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이 회장에서 제일모직으로 바뀌면서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일부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회사법을 보면 1대 주주이면서 자회사 지분 합계가 총자산의 50%를 넘으면 금융지주회사로 간주된다. 현재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가치가 제일모직 총자산의 48% 정도라 자칫하면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7.6%)을 매각해야 한다.

이때 삼성전자 지분을 다 사들이려면 12조원 이상(한 주 109만원 기준)의 자금이 필요하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지분을 더 사들여 1대 주주가 되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상속세도 물어야 하고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3남매로 분산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자금이 있을 때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도 삼성자산운용의 지분(5%)을 삼성생명에 매각해 180억여원의 현금을 손에 넣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어떤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지 보면 과거 삼성그룹이 삼성·CJ·신세계 등으로 나뉘었듯 앞으로 삼성이 어떻게 나뉠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4-10-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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