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 예정시간 이전에도 광고…최대 22분간 45건 관람
경기도 포천에 사는 이모씨는 지난달 말 영화를 보러 메가박스에 갔다가 계속되는 광고 때문에 불쾌한 경험을 했다.오후 3시 5분에 시작하는 영화표를 사고 오후 3시 전에 입장했지만, 그때부터 지루한 ‘광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공지된 영화 시작 시각이 한참 지나도 영화는 시작하지 않았고, 20분 가까이 강제로 광고를 봐야 했다.
이씨는 영화관 측에 항의했지만, 영화관 측은 ‘본 영화는 10분 정도 늦게 시작할 수 있다’는 안내문구를 티켓에 인쇄해 공지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즘 영화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씨와 같은 ‘강제 광고 시청’을 경험한다. 오래된 관행이어서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20분 넘게 광고를 틀어 관람객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는 지난 20일 영화 ‘타짜’와 ‘두근두근 내인생’을 상영하는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서울 시내 6개 영화 상영관의 광고 및 영화 상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실제 상영 개시 시간이 티켓에 표시된 것보다 평균 11분가량 늦었다고 29일 밝혔다.
영화관 측이 예고한 시간에 맞춰서 입장한 관람객은 영화가 시작까지 평균 11분 동안 22개의 광고를 강제 관람하는 셈이다.
광고는 주로 영화 예고편과 계열사 제품, 성형외과 소개 등 상업광고가 대부분이다.
광고시간이 가장 긴 영화관은 메가박스 코엑스점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으로 12분간 광고를 상영했다. 광고 건수는 적게는 21건부터 많게는 27건까지 있었다.
영화관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티켓에 표시된 상영시간 이전에도 평균 6분30초간 광고를 상영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1곳을 제외한 5개 영화관은 표시된 상영개시 시간 이전에 4∼10분가량 광고를 내보냈다. 여유 있게 입장한 관객들은 영화에 따라 최대 22분까지 광고를 봐야 했다.
CGV왕십리점은 타짜와 두근두근 내 인생 모두 표시된 상영시간 이전에 10분 동안 광고를 각각 16편, 19편 상영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두근두근 내인생 상영관은 표시된 상영시간 이전에는 광고를 상영하지 않았지만, 타짜 상영관은 10분간 21건을 상영했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은 두 영화 모두 4∼5분에 걸쳐 10여 건의 광고를 보여줬다.
예고된 상영시간 전·후에 상영된 광고를 모두 합하면 광고시간이 가장 긴 곳은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타짜로 무려 22분, 45건에 달했다.
영화관들은 ‘지각 입장’ 관람객을 배려해 ‘유예 시간’을 두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제시간에 입장한 대부분의 관람객은 ‘강제적인’ 광고 시청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또 영화관들은 ‘영화가 10분 정도 지연 상영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구를 티켓에 인쇄해 공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문구를 자세히 살펴 광고 상영을 피하는 관람객은 거의 없다.
영화진흥법에는 영화 상영관의 과도한 광고 상영에 대한 규제 조항도 없다. 19대 국회에서 ‘영화상영시간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 시간에는 광고 상영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영화진흥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영화관들이 고지된 상영시간에 관객들을 모아 놓고 광고를 강제 시청케 하는 것은 횡포”라며 “소비자가 광고편 시청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실제 본 영화 상영시간을 별도로 표시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