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종 매출액 -10%, 조선업은 -9% 뒷걸음
국내 기업들의 2분기 매출액 증가율이 4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원화 강세 여파에 국내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기업들의 매출액과 수익성이 동시에 나빠졌다.
한국은행은 26일 상장기업 1천505개사와 주요 비상장기업 146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내놓은 ‘2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에서 기업들의 2분기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런 감소 규모는 2009년 3분기(-3.0%)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크다.
전기전자(-9.6%), 조선(-8.7%) 등 국내 대표 업종의 매출액이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다. 목재·종이(-7.3%), 운수(-6.6%), 금속제품(-6.5%), 섬유·의복(-3.7%) 업종 매출액도 감소했다.
2분기에는 원화 강세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2분기에 달러당 1,135.2원이었던 원·달러 평균환율은 올해 2분기에는 1,019.4원으로 11.8% 하락했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원화로 환산한 매출액이 떨어져 일부 수출기업 매출이 부진하게 나타났고, 조선업은 저가 수주한 물량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은 외형뿐 아니라 수익성도 악화시켰다.
기업들의 2분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2%로 작년 같은 기간의 5.4%는 물론 전분기의 5.2%와 비교해서도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 1천원어치를 팔아 52원을 남겼던 기업들이 2분기에는 42원만 손에 쥐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전기전자 업종 영업이익률은 1년 전의 10.8%보다 1.3%포인트 하락한 9.5%였다. 자동차 업종은 판매량이 늘었는데도 환율 하락 탓에 영업이익률이 8.7%에서 7.5%로 떨어졌다.
과거 환율이 높을 때 원유를 사다가 쌓아뒀던 석유화학 업종은 원유 재고평가액이 줄어들어 영업이익률이 3.7%에서 0.7%로 감소했다.
조선업 영업이익률(-5.0%)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기업들은 투자에도 몸을 사렸다. 기업 투자활동을 가늠할 수 있는 유형자산증가율은 2분기 0.6%로 작년 동기의 1.0%보다 떨어졌다. 제조업의 증가율은 0.1%에 그쳤다.
반면, 기업들의 세전순이익률은 4.3%로 작년 동기(3.9%)보다 개선됐다. 환율 하락으로 달러화 부채가 감소하는 등 외환 관련 이익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자보상비율은 503.7%에서 389.1%로 높아졌다. 이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이자의 3.9배가량 된다는 뜻이다. 다만, 영업수익으로 이자를 감당 못하는 기업의 비율(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은 전체의 22.8%에서 26.0%로 증가했다.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1분기 말 97.4%에서 2분기 말 94.1%로 좋아졌다. 차입금의존도도 25.4%에서 25.3%로 하락하는 등 안정성이 대체로 개선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