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소비자 스스로 책임 있는 소비해야”식약처, 내년 1월부터 식품·건강기능식품 구매대행자도 수입신고 의무화
해외직접구매(해외직구)로 건강기능식품을 사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구매과정에서 피해를 보더라도 식품안전당국이나 소비자단체가 보호해줄 길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는 말이다.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소비자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리는 제8회 소비자포럼의 주제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조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해외직구 수입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전체 수입건수 중에서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입건수 비율은 2009년 40.9%에서 2010년 50.2%, 2011년 59.2%, 2012년 70.0% 등으로 늘고 있다.
전자상거래로 국내 들어온 주요 수입품목을 구체적으로 보면, 2013년 기준 전체 735만2천건 중에서 기타 377만8천건(51.4%)을 빼고는 건강기능식품이 164만3천건(22.3%)으로 가장 많았다. 의료·신발 102만6천건(14.0%), 화장품 90만5천건(12.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해외직구로 구매한 건강기능식품이 넘쳐나지만 피해가 발생해도 거의 속수무책이라는 것.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는 피해사례 신고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 1~7월 들어온 피해사례를 보면 한 소비자는 해외 직접배송 사이트에서 제품을 샀으나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인데다 이를 먹고 신체 이상 증상으로 응급처치까지 받았다. 그렇지만 해당 제품을 판 사이트는 연락이 끊겨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다. 또 다른 소비자도 해외 직접배송 사이트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주문했지만, 통관불가 제품으로 폐기대상이 되는 바람에 금전 손실을 봤다.
분말형 제품을 시켰는데 고형 제품이 배달되고, 유통기한마저 임박해 반품하고 환불받으려 했으나 거절당한 소비자도 있었다.
국내외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해외직구를 해도 피해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긴 마찬가지다.
10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하의 물품 등 소액 면제기준 이내의 수입 식품류는 소량인데다 정상적인 수입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정밀검사 자체가 어렵다. 식약처 수입신고 의무 대상도 아니어서 소비자 직접구매인지 구매대행자를 통한 구매인지 확인할 수 없다. 게다가 외국 인터넷 사업자가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이나 구매대행 사이트는 국내 식품위생법을 적용할 수 없는 등 우리 보건당국 감시의 손에서 벗어나 있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 판매 제품은 안전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식약처가 지난 6월 4일부터 8월 7일까지 해외 인터넷 사이트 거래 건강기능식품 중에서 성 기능 개선, 다이어트 등의 효과를 표방하는 65개 제품을 거둬들여 검사한 결과, 14개 제품에서 요힘빔 등 식품에는 사용할 수 없는 위해성분이 나왔다.
조 대표는 “소비자가 자주 이용하는 해외직구 사이트를 정기적으로 감시하고 평가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반복해서 발생하면 공개주의보를 발령하고, 접속 자체를 아예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식약처는 이처럼 해외직구 피해가 속출하면서 불법 위해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고자 관련법을 개정해 2015년 1월 29일부터는 구매대행자도 반드시 수입신고를 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소비자피해 방지책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소비자 자신이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원은 ‘소비자 스스로 책임 있는 소비’를 하도록 해외직구 이용 소비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소비자원은 이 지침에서 해외 유명 명품을 지나치게 싼 가격으로 팔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은 이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배송대행업체를 통해 거래할 때도 운송 중에 사고로 제품이 빠지거나 파손, 분실될 수 있는 만큼, 분쟁발생에 대비해 사전에 홈페이지에서 배송 조건과 보상내용(교환 및 반품, 환불 규정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결제할 때 현금으로 은행계좌로 송금을 요구하면, 사기일 가능성이 있으니 아예 거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