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EHESS)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의 사전행사로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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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 책의 영문판이 지난 4월 미국에서 출간되면서부터다.
’1대 99’로 상징되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 문제를 다룬 이 책은 미국에서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의 소득 분배 문제를 길게는 3세기에 걸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다뤘지만 메시지는 단호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돈을 버는 속도(자본수익률)는 경제의 성장 속도(성장률)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령화 등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면 자본의 소득 집중도는 더욱 심화되는 만큼 현 체제를 그대로 놔두면 21세기는 중세의 세습 자본주의 꼴이 날 수 있다는 경고다.
피케티는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대폭 올리고 자본의 도피를 막기 위해 글로벌 부유세를 도입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런 메시지는 찬반을 낳으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10년 가장 중요한 경제학 저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비판의 대열에 섰다. “거대 담론을 구성하려다가 마르크스와 비슷한 오류를 저질렀다”, “소득 불평등 심화란 결론을 내면서 근거로 제시한 데이터의 여러 곳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등 다양한 공격이 나왔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이 지난 12일 국내에 출간되기 전부터다.
국내 몇몇 학회가 피케티 신드롬을 의식해 소득 불평등과 자본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계획하거나 공개강좌를 열었다. 한국은행은 피케티의 방식처럼 한국 경제의 자산 수익률과 소득 증가율을 비교, 분석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달 16일에는 재계 등 보수 진영의 논리를 주로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아시아금융학회와 공동으로 피케티의 논리를 비판하는 세미나를 열기까지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 개인의 저서를 비판하는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거꾸로 보면 피케티의 주장이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프랑스에서는 작년 8월에 출간됐다. 피케티는 이미 오래전부터 소득 불평등 문제에 대한 연구를 해왔으며 유사한 맥락의 논문과 책을 여러 차례 썼다.
그는 2006년 프랑스 대선에서는 사회당 후보의 경제자문으로 활동했고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이 집권한 2012년 대선 때는 동료와 함께 올랑드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 서한을 내기도 했다.
지난 2000년부터 파리경제대(EHESS)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전에는 3년간 미국 MIT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다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원으로 지냈다. 런던정경대와 EHESS에서 부의 분배를 주제로 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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