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지원 어렵고 인상률 낮아…정부, ‘중위소득’으로 대체 추진
내년도 최저생계비가 올해보다 2% 남짓 오른 169만원(4인가구 기준)선으로 29일 결정됐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계류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처리 결과에 따라 저소득 계층 지원의 ‘절대 기준’으로서 최저생계비의 역할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최저생계비의 법적 정의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3년마다 대규모 가구 면접 조사를 통해 지출·소득·자산·주관적 최저생계비·필수품 시장가격 등을 파악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최저생계비를 결정한다.
다음 조사까지 2년동안은 해마다 9월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 다음 해 최저생계비 인상률을 발표한다. 최저생계비 최종 심의·의결권을 가진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공익대표·민간전문가·관계부처 공무원 등 12명으로 구성된다. 최저생계비가 중요한 것은,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에서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를 선정하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인 가구 소득인정액이 150만원으로 최저생계비(169만원)에 미치지 못하면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7가지 종류의 급여(지원)를 모두 받는 반면, 이 기준을 넘어서면 어떤 급여도 기대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전부 또는 전무(All or Nothing)’ 방식인 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절대기준이 바로 최저생계비인 셈이다.
이에 따라 기초생활 수급자 중에서는 정부 지원을 토대로 경제적 자립을 꾀하기보다,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넘어 기존 지원을 모두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오히려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을 꺾는다고 지적받는 이유이다.
또 최저생계비라는 한 가지 기준만으로는 각 가정이 놓인 다양한 상황과 처지에 맞춰 적절하게 도움을 주기가 매우 어렵다. 더구나 최저생계비 인상폭은 기본적으로 물가상승률에 연동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저물가 기조가 유지되면 최저생계비도 제자리에 머물러 ‘상대적 빈곤’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7가지 급여를 지금처럼 ‘꾸러미’로 묶지 않고, 각각 쪼개 급여마다 다른 지원 기준을 설정하는 이른바 ‘맞춤형’ 또는 ‘개별급여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현재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계류돼있지만, 이미 관련 내용을 담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새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최저생계비 대신 ‘중위소득’이 주요 기준 역할을 맡게 된다. 중위소득은 말 그대로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이 중위소득은 전체 사회의 경제 여건을 반영하고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상대적 빈곤’ 문제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급여별 새 기준은 ▲ 생계급여 중위소득 30% ▲ 의료급여 중위소득 40% ▲ 주거급여 중위소득 43% ▲ 교육급여 중위소득 50%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개정안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지금은 부양 능력 유무의 판단 기준이 부양의무자 가구와 빈곤 대상자의 최저생계비 185%선이지만, 개정안은 부양의무자가 빈곤 가족에게 최저생계비를 지원하고도 중위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때만 부양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돌봐줄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사례를 지금보다 줄여보자는 취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내년도 최저생계비가 결정됐지만, 현재 국회 법안소위에 계류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맞춤형’ 개별 급여체계로 전환되면 각 급여 대상은 최저생계비가 아닌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며 “이후 급여 증가율에도 중위소득 평균 상승률이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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