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안이한 대출 관행부터 고쳐라” 은행 “우산 계속 제공하려면 고금리” 반박

중소기업 “안이한 대출 관행부터 고쳐라” 은행 “우산 계속 제공하려면 고금리” 반박

입력 2014-08-12 00:00
수정 2014-08-1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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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대출 금리 하락폭 논란

대통령과 금융 당국이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질타하며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고 나선 가운데 은행권과 기업 현장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이 기회에 은행들의 안이한 대출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대로 된 심사는 뒷전인 채 덮어놓고 중소기업에는 높은 금리를 물린다는 볼멘소리다. 은행들은 그나마 비올 때 우산을 뺏지 않으려다 보니 금리가 올라간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자 따질 것 없이 우산을 그냥 뺏으면 은행도 속 편하다는 항변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기업 신규대출 금리는 2009년 연 5.65%에서 올 6월 4.72%로 0.93% 포인트 떨어졌다. 언뜻 보면 저금리 흐름 속에 대출 금리가 제법 떨어진 것 같지만 같은 기간 대기업의 대출 금리 하락 폭(1.34% 포인트)에 크게 못 미친다. 가계대출 금리 하락 폭(1.79% 포인트)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중소기업들은 “재무구조가 개선된 기업들도 많은데 은행들이 개별 기업의 신용상태나 미래 성장성을 따져보지 않고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보신주의 대출 관행을 성토했다.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까지만 해도 4.5%로 대기업(5.9%)에 크게 뒤처졌으나 지난해에는 4.1%로 대기업(4.6%)과의 격차를 좁혔다. 떼일 확률이 높은 고정 이하 여신 비율도 중소기업은 2009년 2.5%에서 지난해 2.1%로 떨어진 반면, 대기업은 같은 기간 0.9%에서 2.9%로 치솟았다.

은행들은 “지난해 대기업의 부실여신이 급증한 것은 STX, 웅진, 동양 등 몇몇 대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여파”라며 “격차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중소기업의 평균 신용등급(4.39)이 대기업(3.78)보다 나빠 금리 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무제표 등 기업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도 불투명한 게 많아 공격적인 대출에 한계가 있다는 반론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저금리 장기화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자 갚기만도 벅찬 중소기업이 꽤 많다”며 “원리원칙대로라면 대출을 회수해야 정상이지만 그럴 수 없어 (가계나 대기업보다) 높은 금리를 물리되 우산을 계속 제공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금융 당국이 그 해법으로 ‘관계형 금융’을 들고 나왔지만 여기에는 인건비 등 고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당국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08-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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