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세자릿수 진입하나…당국도 긴장

환율 세자릿수 진입하나…당국도 긴장

입력 2014-07-02 00:00
수정 2014-07-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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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의 세자릿수 진입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원화 강세가 브레이크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2일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1,010원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지난 3월 21일 이후 지속한 원화 강세만으로 환율은 석 달여 만에 약 70원이 빠졌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공동 명의로 “외환당국은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입장을 표명하면서 구두개입에 나서는 등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고 있는데다가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도마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세자릿수 진입은 한층 더 가시권 안에 들어오게 됐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세자릿수 원·달러 환율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는 확산하고 있다.

1997년말 한국의 외환시장이 자유변동환율 제도로 전환된 이래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진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6년 1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약 27개월간이 유일하다.

최근 원화 강세의 가장 큰 배경은 누적되는 경상수지 흑자다. 상품 무역 등으로 벌어들인 미국 달러화가 국내에 쌓이다 보니 공급이 풍부한 달러 가격은 내려가고 한국의 원화 값은 상대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201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무려 27개월 연속 흑자를 내왔다.

연속 흑자 기간만 이미 외환위기 극복 과정의 흑자 기간(1997년 11월부터 1999년 12월까지)인 26개월을 넘어섰으며 앞으로 당분간 더 경상수지 흑자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경상수지는 최소한 올해는 계속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에 과거와는 달리 외국인 투자자본의 유입이 가세하면서 원화가치의 절상 압력을 키우고 있다.

환율이 900원대였던 2006∼2007년에는 외국인 자본이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순매도를 했지만 최근 원화 강세 시기에는 순매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지난해 1년간 순매수한 국내 주식과 채권 규모는 45조2천억원에 달했고 올해 1∼4월에도 약 9조원을 순매수했다.

투자 수익을 올리고자 외국인이 들고온 달러화 역시 시장에는 원화 강세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방향성을 거스르기는 어렵고 원화 강세의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애초 예상보다 속도가 가파른 것 같다”며 “당국의 개입 수단이 마땅치 않은 만큼 단기간이라도 900원대를 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세자릿수’대로 하락할 것으로 보는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모건스탠리 등 해외 IB 10여 곳이 5월 이후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며 특히 크레디트스위스는 연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055원에서 975원으로 대폭 내렸다.

환율이 세자릿수로 진입하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을 노리고 국경을 넘나드는 외국인 자본은 언제라도 방향을 바꿀 수 있다. 현재는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자산 선호도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등의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면 선진국으로 돈이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천원선 붕괴 가능성과 관련, “미국 지표도 분명히 좋게 나올 텐데 외부 상황이 그렇게 조성되지 않을 것”이라며 “원화 강세 기조가 계속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중장기로 보면 원화가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진행 중인 미국의 통화정책과 이에 따른 국제금융 시장의 반응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거나 올릴 것으로 예상하면 달러화의 목적지가 다시 미국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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