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보험·체크카드·빅데이터 마케팅 주력
“새 먹을거리를 찾아라”보험, 카드,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이 돈이 되는 사업 분야, 상품을 발굴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보험, 카드 등 제2금융권의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자산운용 수익 축소라는 악조건에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보장성 보험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보장성 보험 강화 등 상품 구성 변경에 힘을 쏟고 있다.
카드업계도 시장 성장이 정체되면서 과거 크게 공을 들이지 않던 체크카드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빅데이터 기반 정보 제공을 통한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 암보험·은퇴자 겨냥 상품 주목
무엇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것이 고민되는 부분이다. 고객의 보험료 등 자산의 운용 수익이 순익과 직결되는 만큼 저금리는 곧바로 수익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보험회사의 당기 순이익은 3조8천203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4.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지난해 2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저축성 보험의 세제혜택이 축소되면서 가입자가 줄어든 요인 등이 컸지만 이는 올해도 예외가 아닌 만큼 시장 상황은 여전히 열악한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보험사 사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의료나 복지 등에서 보험업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보험업계도 이런 상황변화에 맞춰 새로운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원금 이외에 일정 금리를 제공해야 하는 저축성 보험 대신 원금 보장 부담이 없는 보장성 보험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 수당 편성에서 저축성 상품에 비해 보장성 상품에 유리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암보험을 중심으로 한 건강 보험 상품들이다. 이는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수요도 커지는데다 보험사로서도 적정 요율을 산출하면 손실 가능성이 작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은퇴와 연계한 상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 암, 뇌졸중 등 중대한 질환(CI)의 단계에 따라 사망 보험금의 50%와 최대 100%를 구분해서 지급하는 ‘통합 스테이지 CI보험’을 출시했다.
교보생명은 최근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실적에 따라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는 투자형 종신보험인 ‘멀티플랜교보변액유니버셜통합종신보험’을 내놨다. 사망 보장과 장기 간병, 중대한 질병 보장까지 하나로 묶은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 생보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설계사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나 점포 운영비, 기타 사업비 등을 절감해 자사 상품의 보험료가 일반 보험사에 비해 싸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은퇴 전에 사망하면 기존 종신보험 대비 사망보험금을 2배 받을 수 있는 ‘수호천사 더블종신보험’을, 신한생명은 은퇴 전에는 사망 위험을 집중 보장하고 은퇴 후 안정적인 은퇴생활을 위해 10년간 가입금액의 5%를 라이프 자금으로 지급하는 ‘미래설계종신보험’을 내놨다.
손보사 가운데서는 한화손해보험이 66~75세의 실버세대가 가입할 수 있는 ‘무배당 마이라이프 실버암보험’을 내놨다. 65세 이상 노인층의 암보험 미가입율이 92%에 육박하는 만큼 고객층이 많을 것으로 한화손보측은 전망하고 있다.
더케이손해보험은 주택, 아파트 매매 등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조, 이중매매, 사기 및 법무사 과실로 인한 피해를 보장하는 ‘부동산권리보험’을 시판한데 이어 교직원이 당할 수 있는 교권침해로 인한 피해를 보장하는 교직원 대상 특화상품도 출시한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경우 손해율이 양호한 선진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생명보험 재보험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방침이다.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오는 2050년에는 해외영업의 비중을 전체의 8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서 역마진을 막으려면 보험사들이 높은 수익률의 상품에 투자해야 하지만 이는 위험이 커 선택하기 어렵다”며 “결국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기준인 예정이율을 생보사들이 자율적으로 적정 수준으로 낮출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체크카드·빅데이터로 중심 이동
카드업계에서는 요즘 체크카드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종전 신용카드 분야가 포화 상태인 반면, 체크카드 시장이 커지는 데 따른 자구책이기도 하다.
실제 올 1분기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119조5천억원으로 1.9%(2조2천억원)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25조9천억원으로 27.6%(5조6천억원)나 늘었다. 아직 사용액 기준으로는 신용카드가 압도적이지만 증가율에서는 체크카드의 신장세가 크다.
이는 카드발급 수에서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신용카드가 2011년말 1억2천214만장에서 지난 1분기말에는 9천540만장으로 21.9% 감소한 반면 체크카드는 이 기간 8천975만장에서 9천813장으로 9.3%나 증가했다.
신용카드에 비해 체크카드 시장이 커진 데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도 크게 직용했다. 신용카드의 사용 증가가 결국 가계부채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는 만큼 연말정산 소득공제에서 신용카드에 비해 체크카드의 공제율을 높이는 등 제도적 뒷받침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신용카드에 비해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 현금서비스 등 금융상품 판매 불가 등의 이유로 다소 소극적이었던 카드사들도 체크카드의 성장세에 놀라 속속 체크카드 쪽으로 눈을 돌리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은 각종 할인과 포인트를 제공했던 신용카드와 달리 혜택이 거의 없거나 할인율도 낮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최고 7%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상품까지 나오는 등 카드사들의 고객유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에스라인(S-Line)’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실용을 중시하는 직장인 고객이 타깃이다. 이용 실적에 따라 최고 0.5% 적립, 월 최대 2만원 할인 등의 혜택을 담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9월 포인트와 캐시백을 축으로 카드 상품군을 재편하면서 체크카드도 M(적립), X계열(캐시백)로 재편했다. 전월실적에 따라 최고 1%의 포인트를 제공한다.
KB국민카드는 백화점,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미용업종, 해외 직접구매(직구), 대중교통에서 건당 3만원 이상 이용하면 이용금액의 5∼7%가 할인되는’정 체크카드’를 최근 출시했다.
롯데카드는 한주일 기준으로 평일(월~금) 이용 금액이 20만원을 초과하면 해당 주 토·일요일 이용액의 2%를 캐시백해 주는 위클리체크카드를, 하나SK카드는 마트, 주유, 온라인쇼핑시에는 사용액의 1%를, 전통시장에서는 2%의 캐시백을 주는 ‘메가마켓 체크카드’를 내놨다.
지난해 각종 멤버십을 1장의 카드로 통합해 적립·사용할 수 있는 ‘다모아 체크카드’를 출시했던 우리카드는 현재 체크카드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체크카드와 함께 빅데이터 분야도 카드사들이 힘을 쏟는 분야다. 고객들의 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고객들이 필요한 쇼핑 등의 정보를 제때 제공하면 자사 카드 사용을 늘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빅데이터 활용에는 신한카드가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신한카드는 최근 위성호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2천200만명에 달하는 회원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품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코드 나인(Code 9)’으로 불리는 이 기법은 고객 유형을 남녀 각각 9개씩으로 나눠 이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삼성카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회원에게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 맞춤형 혜택을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신개념 서비스인 ‘삼성카드 LINK’를 오는 10월 본격적으로 개시할 계획이다.
현대카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마이메뉴(My Menu)’를 통해 고객들이 실제 유명 음식점 등에서 이용한 카드 정보를 분석해 다시 고객들에게 제공하며, 롯데카드는 ‘스마트 컨슈머’ 앱을 통해 빅데이터를 고객에 제공하는 동시에 고객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빅데이터에 반영하고 있다.
◇저축은행, 지역밀착형 대출로 출구 모색
저축은행들은 ‘고금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고 10%대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이나 지역 밀착형 대출을 통해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경기 지역에 기반을 둔 공평저축은행은 최근 평균 금리 10%대의 대출상품인 ‘우량직장인 저스트론’을 출시했다.
소득과 재직 확인이 가능한 공무원이나 자산규모 100억원 이상의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소득자에 한해 7.0∼19.9%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신용등급과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는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7천만원까지다.
대구에 본사를 둔 참저축은행도 지역 내에서 푸드카(food-car)로 생계를 유지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참-푸드카론’을 출시했다. 대구, 경북, 강원 지역 거주민은 가계자금, 창업 및 운영자금, 대환자금 각각 1천만원 한도로 최대 2천만원까지 연 10.95∼18.50%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이외에도 SBI저축은행, 친애저축은행, 조은저축은행 등도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고 서민 고객들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부금융업계도 새로운 활로 찾기에 부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이 예금보험공사 산하의 부실 자산인 옛 예신·해솔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새롭게 탄생한 웰컴저축은행은 전국 지점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웰컴크레디라인은 최근 충남 서산에 기반을 둔 서일저축은행을 인수하기로 하고 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하고, 기존 서울·경기·부산·창원 지역에서 충남 지역으로 영업구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러시앤캐시 상표로 유명한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최근 중국에 3호 법인을 설립하는 한편 저축은행 추가 인수 의사도 내비쳤다.
러시앤캐시는 예금보험공사 산하의 부실저축은행인 예주·예나래 인수에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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