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370조 안팎될 듯…안전 통일 교육 복지 투자 증액
정부가 1일 국가재정전략회에서 밝힌 중기(2014~2018년) 재정운용전략은 한마디로 ‘전면적 재정혁신’에 방점이 찍혔다.세금이 덜 걷히고 국가채무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국정과제, 경제혁신 3개년·지역투자활성화 계획 등 국민과의 약속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의 지출구조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
문제는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안전 투자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날로 늘어나는 복지수요, 지역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투자수요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실현할 수 있느냐다.
◇’재정혁신’ 배경과 의미
정부의 재정혁신 노력은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
정부는 1년전 박 대통령의 공약과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5년간 134조8천억원이 필요하다는 ‘공약가계부’를 내놓았다.
세입여건과 세출구조상 가계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강도높은 세출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한 세수 확대, 재정지출 효율화 등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성과는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사립학교 직원 건강보험료 지원 폐지, 절전보조금 지원방식 개선 등 70여개 재정개혁과제를 성공적으로 풀었다. 덕분에 올해부터 2018년까지 예상되는 추가 재원확충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진통도 적지 않았다. 기존의 조세혜택을 줄이는 세출구조조정은 ‘봉급쟁이 세금폭탄’ 논란속에 세부담 증가기준 소득이 연 3천450만원에서 5천500만원으로 늘었다. 결국 정부는 공약가계부상 9조5천억원을 세출구조조정으로 마련키로 했지만 손에 쥔 것은 5조5천억원 정도다.
모든 SOC 사업의 원점재검토 등으로 재정지출을 효율화한다는 계획은 정치권의 ‘지역사업 챙기기’와 ‘경기부양’ 주장에 밀려 전년보다 되레 9천억원이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수여건도 좋지 않았다. 경기침체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세입구조조정을 했지만 작년 국세수입은 정부 예상치보다 8조5천억원이나 덜 걷혔다.
이에 따라 재정건정성이 의문시되자 정부는 작년 10월 중기재정지출계획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뼈를 깎는 예산구조조정을 통해 총지출증가율을 총수입증가율(5%)보다 낮은 3.5%로 억제해 임기내 균형수준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작년보다 나아질 것 없는 올해도 재정혁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약속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혁신 방향은 ‘재정지출 대수술’
정부는 이날 3대 재정개혁방향을 제시했다. 그 방향은 ▲국민 눈높이에서 재정사업 재설계로 촘촘한 재정서비스 제공 및 투자 효율화 ▲낡은 관행과 틀을 바꾸는 재정구조 정상화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활용한 예산절감이다.
한마디로 부처간 얽힌 중복사업이나 사업효과가 크지 않은 사업은 설계부터 다시 들여다보고 각 부처의 재량지출사업을 줄이거나 새 사업을 최소화해 나가는 돈에 대한 감시를 엄격히 하겠다는 거다.
대신, 재정 추가 투입이 어려운 SOC나 국방분야 등에서는 민간의 자원, 경영혁신기법을 활용해 지출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앞으로 정부의 재정절감 노력이 SOC와 산업, R&D, 국방, 각 부처에서 재량으로 지출하는 각종 보조금사업 등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를 위한 주요 추진과제로는 정부 3.0, 연구개발(R&D), 직업훈련 지원체계 개선과 예산편성 단계부터 부처별 새 사업계획을 세울 때 기존 사업을 줄이는 페이고(pay-go) 원칙 적용, 예산외로 운영되는 별도 재정자금 예산편입, 3년간 재량지출 사업 600개 감축 등이 예시됐다.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성장률은 회복되고 있지만 재정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국정과제 등 할 일을 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지켜나가려면 특단의 예산절감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민간전문가는 강도높은 재정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는게 기재부측 설명이다.
특히 비정상적인 관행과 부처간 칸막이식 재정운용 등에 대한 근본적인 쇄신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예산 370조 안팎될 듯…복지 안전 문화 교육 통일에 방점
기재부의 방문규 예산실장은 “내년 예산증가율은 중기재정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예산안은 정부안보다 1조9천억원 깎인 355조8천억원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야당의 공세에 정부와 여당이 손을 들면서 ‘국회 증액’ 관행이 뒤집혔다.
이를 중기재정계획상 총지출증가율(3.5%) 목표에 적용하면 예산규모는 370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재정지출은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국가안전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요구가 강한만큼 재난대응기술 확보를 위한 R&D, 장비투자, 재난대응 협업체계 등 안전분야의 증액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밝힌 ‘국가안전처’가 설립되면 부처별 쪼개진 예산을 통합하고 추가 소요예산을 더하는 식으로 늘어난다.
복지와 문화, 교육, 통일분야도 마찬가지다. 복지는 기초연금 본격시행, 교육은 반값 등록금 시행 등에 따른 증액이 불가피하고 문화는 재정 투자비중 2% 달성 공약에 따라 자연증가가 예상된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달 15일 내년 예산편성지침에서 ‘예산이 해야할 일’중 하나로 통일시대기반 구축을 제시한 바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개성공단 정상화, 동북아 평화안정 외교강화 등에 투입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 실장은 “어려운 경제여건하에서도 국정과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에 중점 투자해 국민행복시대 구현과 잠재성장률 4%대 달성을 차질없이 재정에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