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LNG 사업부 매각 등 1조5천억원대 조달 구체화 동부그룹도 제철공장·하이텍 등 매각 윤곽 잡힐 듯
지난해 10월 동양사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현대그룹과 동부그룹이 최근 자구계획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26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22일 자구안을 발표한 이후 3개월여 만에 유동성 목표액 3조3천억원 가운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1조5천400억원에 달하는 실행방안을 구체화했다.
특히 현대그룹은 매각 대상 자산 중 가장 큰 덩어리인 현대상선의 LNG(액화천연가스) 운송사업부문 매각을 발표함으로써 전체 구조조정 일정에서 곧 반환점을 돌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그룹도 핵심 계열사인 반도체업체 동부하이텍 매각과 관련, 매각 주관사 측에서 매각안내서(teaser letter)를 국내외 5개 업체에 곧 발송할 것으로 알려져 매각 절차에 일단 ‘물꼬’를 텄다.
동부그룹 자구계획의 가장 큰 부분인 동부제철 인천공장 및 동부발전당진 지분 매각도 조만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 현대그룹, 금융3사 매각은 특수목적법인 활용
현대그룹은 지난달 12일 LNG 운송사업부문을 1조1천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우선협상대상자에는 IMM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됐다.
애초 실행 일정상으로는 6월에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4개월가량 시간을 벌었다. 현재 실사가 진행되고 있고 본계약 성사를 앞두고 있다.
LNG 운송부문은 10척의 LNG선이 가스공사와 최장 2028년까지 장기운송계약이 돼 있는 사업이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19일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장외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으로 140억원에 처분했다. 앞서 1월에는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던 KB금융지주 주식 113만주를 465억원에 팔았다.
또 지난달 부산신항터미널의 재무적 투자자를 교체하면서 500억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1만8천97개의 컨테이너박스를 563억원에 매각했다.
지난달 25일에는 1천803억원 규모의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청약을 마쳤다.
현대상선은 신한금융지주 지분 208만주를 6개월 내 장내 매각해 93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매각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현대그룹은 지금까지 진행됐거나 곧 실행을 앞둔 자구안을 다 합하면 1조5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은 자구계획 중 관건이 될 부분은 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3사 매각이다.
이들 회사 매각은 산업은행이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사모투자펀드(PEF)를 만들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인수 후 6개월간 매각이 금지돼 공개매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지분 이전 등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빠른 시나리오다.
현대그룹은 이밖에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애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 했으나 지분 일부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다양한 안을 찾고 있다.
그동안 자구계획의 발목을 잡아온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계약도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넥스젠캐피탈과의 계약 3건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는 등 점차 계약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현대그룹의 전략이다.
◇ 동부그룹 ‘패키지든, 개별이든 팔 건 다 판다’
동부그룹 자구계획과 관련해서는 애초 추진하던 특수목적법인의 패키지 딜 방식이 일부 핵심 자산의 개별 매각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구조조정 작업이 지연·축소되거나 자금 유입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
동부그룹이 지난해 11월 17일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매물은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지분,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지분, 당진항만,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동부팜한농 유휴부지(울산·김해) 등이다.
그밖에 동부특수강 기업공개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현재 실현 단계에 이른 것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3천억원 예상) 매각이다. 큐캐피탈파트너스와의 협상이 무위로 그친 이후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로 KTB PE가 선정됐다. KTB PE는 연기금 선순위 대출, 은행권 후순위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등으로 재원 조달 계획을 짰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지분은 패키지로도 묶여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개별 매각도 검토될 수 있다.
5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입안된 동부발전당진은 순수 민간 석탄화력발전소다. 가장 어려운 절차인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다. 이르면 올해 착공이 가능해 몇 년 안에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다.
충남 당진은 포스코, SK, GS 등 대기업이 발전사업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라 인수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 그중에서도 포스코가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컬러강판, 아연도금강판 등을 생산하는 사업장으로 서해를 바라보는 전진기지라는 입지상 이점이 있다. 주로 동남라인에 공장을 둔 포스코로서는 인천공장의 입지를 탐낼 만하다.
더구나 바오산그룹 등 중국의 3∼4개 철강업체들이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철강사들이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경계하는 측면도 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지분은 올해 1월 포스코에 패키지 인수 제안이 들어갔으며, 포스코 내부에서도 상당 부분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하이텍은 매각안내서가 발송되면 인수의향서(LOI)를 받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는 것으로 매각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매각안내서는 글로벌파운드리(미국), 보쉬(독일) 등 외국 기업 3곳과 국내 기업 2곳에 발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에는 LG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2015년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졸업한다는 애초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