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SK 사업 추진 문제없나

‘총수 부재’ SK 사업 추진 문제없나

입력 2014-02-27 00:00
수정 2014-02-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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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자원개발·반도체사업에 ‘적신호’

최태원 SK 회장 형제의 유죄가 확정돼 총수의 장기부재 사태를 맞은 SK그룹은 망연자실해하면서도 그동안 추진해왔던 사업들에 대한 재점검에 나섰다.

최 회장의 판단이 필요했던 투자계획들은 여전히 보류된 채 새로운 조정이 필요해졌고 이미 다져 놓은 해외시장 유지와 신규시장 진출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SK 관계자는 “그룹내 6개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를 실험하고 있으나 총수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며 신규사업 및 글로벌 사업 등 회장 형제가 진두지휘 해 온 분야에서 상당한 경영차질이 불가피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주력사업인 에너지와 자원개발, 반도체 등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당장 자원개발과 에너지시장 개척 분야가 시급하다. 전략적 대주주로서 자원개발 등 신수종 사업 개척을 최 회장에게 의존해 왔던 SK 입장에서는 굵직한 사업 수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브라질 원유 광구를 매각한 자금을 종자돈으로 삼아 신규로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려던 계획도 일단 보류됐다. 최근 멕시코 등 중남미에 석유 자원개발 시장이 새롭게 열렸지만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수감중인 상황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게 SK의 생각이다.

싱가포르와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허브로 삼으려 했던 구상도 어그러졌다.

최 회장은 2011년 이들 국가를 방문, 정관계 인사들을 연쇄 접촉하면서 석유저장고 건설, 통신 및 온라인 시장 진출 방안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최 회장의 부재로 관련 사업들은 한동안 궤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SK가 심혈을 기울였던 터키에서의 사업도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최 회장은 터키 유력 기업인 도우쉬 그룹과 사업협력을 위해 1억 달러 규모의 공동펀드까지 설립했으나 인터넷 상거래 사업 정도만 진행될 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올린 SK하이닉스는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의 다양화 차원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준비해왔다.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총수의 사업방향에 따라 적시에 거액의 투자를 집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앞으로 이런 신속한 의사결정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SK 관계자는 토로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시장의 흐름에 대한 대응에서 경쟁업체보다 뒤처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SK는 최 회장이 구속된 이후 신규사업 진출, 대규모 인수합병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SK는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사와 윤활기유공장을 공동 설립한 이후 이를 바탕으로 석유화학 공장진출을 모색했지만 해외기업과의 경쟁입찰에서 탈락했다.

또 SK에너지는 지난해 11월 호주 유류 공급업체인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UP)지분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하려다 방침을 바꾸기도 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STX에너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9월 항소심 선고가 나온 뒤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고, ADT캡스 인수도 중도에 포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는 앞으로 거액이 들어가는 중요 투자는 미온적, 보수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사업을 실제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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