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제표준 23건·표준특허 67건 확보
국제 정보통신기술(ICT)의 표준 선점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에 가깝다. 표준을 선점하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범국가 차원에서 ICT 국제 표준화 작업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5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ICT 분야에서 지난해 1717건에 달하는 국제 표준화 기고 활동을 통해 23건의 국제 표준을 제정, 67건의 표준특허를 확보했다. 국제 표준에는 85건을 반영시켰다. 구체적으로는 차세대 이동통신규격을 위한 ‘비욘드4G’를 비롯해 방송·미디어 분야인 비디오 코딩, 차세대 네트워크,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분야 등에서 표준특허를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제정보통신표준그룹(ITU-T)의 국제 표준화 기고 순위가 중국에 이어 2위였다. 표준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국제의장단 의석수 역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표준특허 보유분은 미국과 일본, 핀란드, 프랑스, 독일에 이어 6위였다.
양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과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표준 선점 경쟁에서 이제는 ‘질적 성장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우리보다 표준특허 건수가 적은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우리나라보다 특허의 질적 수준 지표인 피인용지수와 시장확보지수가 압도적으로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구개발(R&D) 단계부터 표준 선점을 고려하는 등 국제 표준화 작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새로운 시장과 고용,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ICT만 뚝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융합 시대인 만큼 다른 부처, 업계 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보통신 분야 국제표준화 관련 양대 기구인 ITU-T와 국제표준화기구 데이터관리서비스위원회(ISO/IEC JTC1/SC32)가 진행 중인 표준화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2009년부터 협력체를 구성해 온 것이 좋은 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4-02-06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