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위기의식 없다”…정책추진, 日에 뒤떨어져

”韓 위기의식 없다”…정책추진, 日에 뒤떨어져

입력 2013-12-08 00:00
업데이트 2013-12-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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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경제정책을 선명하고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아직 위기의식이 없을 정도로 정책추진에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의 경제 정책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끈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비교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렇게 요약된다.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등 외형상 나타나는 경제 지표는 ‘근혜노믹스’가 ‘아베노믹스’를 앞서고 있다.

그러나 정책 메시지의 뚜렷함이나 파급력 등에서는 아베노믹스가 좀 더 우위에 있었다는 평이다. 특히 경제발전을 위해 추진중인 한국의 각종 정책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등 국내에서는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日 ‘잃어버린 20년 깨자’ VS 韓 ‘저성장 흐름 끊자’

지난해 말 출범한 일본의 아베 정부는 1990년대 초 거품경제의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있던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타파하겠다며 강력한 경제 정책을 추진했다.

’아베노믹스’로 불린 이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수요 진작’이었다.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엔고(円高) 시정도 정책 목표 중 하나였다.

일본 정부는 13조1천억엔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본원통화량 증대와 국채 무제한 매입 등을 골자로 한 무제한 양적·질적 완화 대책 등 재정·통화 정책을 쏟아냈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으나 구조 개혁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일본산업재흥플랜’도 제시했다. 법인세율도 25∼3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도 취임 첫해에 경제 활성화와 경제 민주화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저성장 흐름을 끊겠다며 야심 차게 경제 정책을 추진했다.

추경을 편성하고 기준 금리를 내리며 경기에 ‘마중물’을 부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과 규제 완화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 중소·중견기업 수출 지원 강화 대책, 벤처 대책 등 갖가지 대책을 쏟아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키워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로드맵도 내놨다.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고부가가치 혁신 산업 육성도 추진 중이다.

◇ 과감·선명한 아베노믹스에 비해 힘 덜 받은 근혜노믹스

’아베노믹스’와 ‘근혜노믹스’ 모두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일본은 공격적인 정책으로 통화량과 통화 유통 속도가 늘면서 소매판매 수치 등 소비가 늘고 물가상승률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엔저(円低)가 지속하면서 수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도 8분기 연속 0%대에 머물던 성장률(전기대비)이 1%대에 올라섰다. 취업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수출은 10월에 사상 최대인 500억달러를 기록했다.

정책 추진력에서는 일본이 앞섰다는 평가가 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은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과감하게 돌파하는 정책을 선택했고, 한국은 그런 면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충격적이고 무리한 정책을 내놨는데, 일본 국민과 기업이 다 같이 따라 나섰다”면서 “반면에 한국은 위기의식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는 일본은행과 협업체제로 양적완화 등 쉬운 정책부터 시작했다. 한국은 경제 이외에 너무 많은 현안이 있고, 정부 정책 관련 법안이 정쟁으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경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무리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선명한 메시지를 제시하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것과 비교하면 한국 정부의 정책은 뚜렷하지 못한데다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정책의 상당수도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채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아직 정착하지 못한 상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경제민주화’는 이익집단의 반발과 정쟁 등으로 애초 취지가 흔들렸다는 지적이 있다.

◇ “중장기적으론 아베노믹스 위험…韓, 반면교사 삼아야”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베노믹스와 근혜노믹스의 성패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일본이 추진한 강력한 정책은 ‘경제학을 무시하고 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무리한 측면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른 국가를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정책’이라며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부작용이 심화돼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앞으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의 파급 효과, 엔화 약세에 대한 의존도 심화 등 경기가 급랭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경제실장은 “단기적으론 경기 부양에 어느 정도 성과를 봤지만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아베노믹스는 ‘위험한 줄타기’라고 본다. 줄을 타면 높이 올라갈 수 있지만 언제든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올해 일본 주식 시장의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가시화되면 이 자금이 한꺼번에 유출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베노믹스를 반면교사로 삼아 내년 경기 회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추진력과 정책 선명성은 취하되 리스크도 빈틈없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부형 연구위원은 “일본은 정치·외교·국방 부문에서 내각 우경화, 정치인 부패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아베노믹스 이전 구조조정 실패 때 보이던 경제 외적 부분이 또 반복되는 것”이라며 “한국은 경제에 집중해 내년 초에 경제회복을 해야 장기 저성장으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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