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 지속…1,050원선 무너지나

원·달러 환율 하락 지속…1,050원선 무너지나

입력 2013-11-19 00:00
업데이트 2013-11-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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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 상승세, 즉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경신한 연중 최저치를 불과 20여일 만에 다시 갈아치울 기세고, 원·엔 환율은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한국 경제의 탄탄한 기초 체력이 원화 가치를 절상시킨 측면도 있지만, 환율 하락이 앞으로 부메랑으로 돌아와 경제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달러 연저점 ‘바짝’…원·엔 5년여만에 최저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5원 내린 달러당 1,056.4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천5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고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까지 나오면서 장중 환율은 달러당 1,054.8원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4일에 기록한 장중 연저점 1,054.3원보다 불과 0.5원 높은 수치다.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41분 현재 전일보다 0.94원 하락한 100엔당 1,057.93원이다. 장중 기준으로 2008년 9월22일(100엔당 1,041원) 이후 최저치다.

이처럼 원화 강세가 나타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원·달러의 경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양적완화 정책에 우호적인 발언을 내놓아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 주택가격 지수가 예상치에 못 미치고 중국 정부가 한 자녀 정책 완화 등이 포함된 개혁안을 발표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원·엔 환율의 경우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서다.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주식 매입, 미국 양적완화 등으로 원화는 강세인 반면 아베노믹스의 엔저 정책 등으로 엔화는 약세다.

◇수출경쟁력 악화’흑자형 불황’ 우려도

문제는 이 같은 원화 강세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경쟁력의 환율 요인이 예전보다는 줄었다고 하지만 원화 강세는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거나 최소한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킨다.

내수 부진을 중심으로 긴 경기 침체의 터널을 겨우 빠져나오려던 한국 경제가 수출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에 ‘흑자형 불황’이 나타날 우려도 제기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많아 원화 절상 압력이 오면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나면서 절상 압력이 수그러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 한국은 원화가 절상돼도 수입이 많이 늘어날 여지가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수입의 60%가 에너지 등 변동이 많은 부분이고, 20%가 기업의 설비투자, 나머지가 가계가 줄이고 늘릴 수 있는 수입”이라며 “경상수지 흑자가 많이 나도 수입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원화 절상 압력은 해소되지 않은 채 만성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떨어져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이런 양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입은 환율의 영향도 받지만 그보다는 국내외 경기 여건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국내 경기가 예상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환율이 떨어져도 수입이 그만큼 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월별로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을 봐도 실물 경기는 아직 이렇다 할 경기 회복 기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류의 가격(국제유가)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환율 하락이 수입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한 원인이다.

다만, 예전에 비해 시장은 원·엔 환율 하락세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원·엔 재정환율이 4년8개월 만에 100엔당 1,100원대가 무너졌을 때에는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당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가팔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6개월 사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도 원화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최근 한국의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이어가면서 시장은 이번 원·엔 환율 하락세에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연말까지 1,020원대 예상”’1달러=1,000원’?

전문가들은 환율이 연말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자 유입을 막을 특별한 수단이 없어 연말까지 달러당 1,020∼1,030원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 절상으로 한국의 수출이 큰 영향을 받고 물가상승률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첫 고비는 달러당 1,050원이다. 당국의 단기 방어선이자, 수출 중소기업의 채산성이 우려되는 수준이기도 하다. 올해 연말까지는 1,050원을 두고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천구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달러당 1,050원선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전반적인 달러 약세 기조 속에서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대거 유입되면 연내 그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050원을 하향 돌파하면 달러당 1,000원의 붕괴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에는 ‘1달러=1,000원’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000원 아래로 내려가면 대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투기성 단기자금 등의 급격한 유출입에 대한 대응으로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를 강화하고 외환보유고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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